화병
[hwa-byung]
명치에 뭔가 걸린 느낌 등 신체 증상을 동반하는 우울증의 일종으로 우울과 분노를 억누르기 때문에 발생한 정신 질환
신체기관
뇌
식욕 부진 , 통증 , 호흡장애 , 심계항진
정의
화병은 신체 증상을 동반하는 우울증으로서, 우울감, 식욕 저하, 불면 등의 우울 증상 외에도, 호흡 곤란이나 심계항진, 몸 전체의 통증 또는 명치에 뭔가 걸려 있는 느낌 등의 신체 증상이 동반되어 나타난다. 환자가 자신의 우울과 분노를 억누르고, 그 억압된 분노가 신체 증상으로 나타난 것으로 생각된다.
증상
화병에서는 우울감, 불면, 식욕 저하, 피로 등의 우울 증상 외에 화병의 특징적인 신체 증상이 동반된다.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작스럽게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끼기도 하며, 숨쉬는 것이 답답하고 가슴이 뛰는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또 소화가 잘 안 되거나 명치에 뭔가 걸려 있는 듯한 느낌을 느끼기도 하며, 몸 여기저기에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우울감이 심해지면 자살에 대한 생각이 증가하여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게 될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원인
화병은 일반적인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주변 환경으로부터 오는 스트레스가 그 원인이 되나, 질병의 발생이나 증상의 출현에 한국 특유의 문화적인 배경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우울증의 발생은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로 인해 세로토닌 등 뇌의 신경회로에서 신호의 전달을 담당하는 신경 전달 물질에 이상이 생기고, 이것이 우울감이나 불면, 식욕 저하, 의욕 상실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화병 역시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 증상이 발생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나, 분노와 같은 감정이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환자가 이러한 감정을 스스로 억누르고 내면화하게 되면서 억압된 감정이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차이점이라 할 수 있다. 한의학이나 전통적인 개념에서는 이런 분노의 감정을 ‘화(火)’의 개념을 써서 설명하고 있다.
관련신체기관
뇌
진단
화병의 진단은 기본적으로 환자의 병력과 증상의 청취를 통해 이루어진다. 발병 이전의 생활사나 스트레스 요인 여부에 대해 조사하고, 이것이 환자의 심리적 상태에 미친 영향을 평가한다. 또 이로 인해 현재 나타나는 증상들이 어떤한지를 파악해서 환자가 가지고 있는 질병을 진단하게 된다. 실제 정신과에서 화병이라는 진단명을 사용해서 진단을 내리기보다는, 신체 증상이 동반된 우울증으로 파악하고 이에 따라 치료 계획을 세우게 된다. 참고로 현재 정신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진단 체계(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for Mental Disorder, fourth edition, DSM-IV)에서는 화병을 문화 관련 증후군(culture-bound syndrome)의 하나로서 정의하고 있다.
검사
화병의 진단 자체를 위한 검사가 특별히 존재하지는 않는다. 다른 기질적인 원인에 의해 증상이 나타나는지 여부를 감별하기 위해 뇌 자기공명영상(MRI), 뇌파 검사 등을 시행할 수도 있으며, 신체적 질환이 원인으로 작용하거나 혹은 동반된 경우를 감별하기 위해 기본적인 혈액검사나 심전도, 흉부 X선 사진 등의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또한 심리 검사나 신경 인지 기능 검사 등을 통해 환자의 진단이나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추가적으로 얻을 수 있다.
치료
약물 치료나 정신 치료를 통해서 화병을 치료할 수 있으며, 두 가지 치료 방법을 동시에 적용할 수도 있다.
약물 치료는 항우울제가 주로 사용되며, 뇌세포의 연결 부위인 시냅스에서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차단시키는 약물들이 우선 선택되는 경우가 많다. 세로토닌 외에도 노르에피네프린이나 도파민 등에 작용하는 항우울제 역시 치료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삼환계 항우울제 등은 신체 증상에 우수한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항우울제는 약물에 따른 효과나 부작용을 고려하여 각각의 환자에게 보다 우수한 결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약제를 선택하게 된다. 항우울제가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2, 3주 이상 걸릴 수도 있으며, 충분한 기간, 충분한 용량을 사용했는데도 반응이 충분하지 못하다면 다른 약제로 교체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권장된다.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재발을 막기 위해 수개월 이상 치료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약물 치료 초기에 약물에 따라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으나 보통은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하게 된다. 또한 불안, 불면 등의 증상을 조절하기 위해 신경안정제나 수면제를 함께 처방하기도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소량의 항정신병 약물을 함께 투약해서 우울이나 불안, 불면 등의 증상을 조절하기도 한다. 약물 치료에 반응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전기 경련 치료 등을 시도할 수 있다.
정신 치료의 경우는 증상 자체를 조절한다기보다는 환자가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식이나 대인관계, 성격 등의 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추구하는 치료법이다. 따라서 단기간에 눈에 띄게 증상이 회복되기보다는 장기간의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일반적이다. 정신 치료의 경우에도 그 치료법에 따라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문제가 다르며, 기법에 따라 면담 횟수나 기간 등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처음부터 약물 치료와 병행해서 시행할 수 있고, 약물 치료를 통해 증상이 호전되었으나 환경적인 문제가 지속되는 경우에도 정신 치료를 적용할 수 있다. 또한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는 약물 치료 없이 정신 치료만을 받는 경우도 있으나,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약물 치료를 기본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과/합병증
우울증의 경우 치료받았을 때에는 평균 3개월 정도, 치료받지 않았을 때는 6개월 내지는 1년 이상 증상이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병의 경과에 대해서는 따로 알려진 바가 많지 않으며, 화병의 경과 역시 일반적인 우울증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화병은 중년 여성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개인에 따라서는 화병이 수년 이상 지속될 수도 있다. 우울증이 심한 경우 치매처럼 기억력이나 다른 인지 기능이 저하될 수 있으나, 이는 치매와는 별개인 가성치매라고 불리는 증상으로 치매가 합병증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화병의 합병증으로는 알코올 의존 등이 있을 수 있겠다. 신체 증상이 동반되어 나타나긴 하나, 화병으로 인해 신체적 질환이 합병증으로 출현할 수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예방방법
규칙적인 생활 습관과 운동 등이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줄 수 있으며, 취미 생활 역시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기만 하는 것 역시 증상을 악화시킬 수가 있으므로 가족이나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는 것 또한 도움이 될 수 있다. 대인관계 등의 스트레스가 장기간 지속되거나 스스로가 이에 대처하는 방식에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면 정신 치료를 통해서 이런 문제들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질병의 초기에 치료를 시작해서 악화되는 것을 예방하는 것이다. 항우울제를 통한 약물 치료는 우울감 등의 증상을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호전시킬 수 있으며, 동반된 신체 증상 역시 약물로서 치료할 수 있다.
생활가이드
보호자가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환자가 가능한 빨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도와주는 것이다. 자신이 병이 있다는 것을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 환자가 병원에 가는 것을 거부할 수 있으며, 우울 증상이 너무 심한 경우에도 오히려 환자가 도움을 거부할 수도 있다. 병이 심해지는 경우 자살과 같은 상황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에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의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강제 입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또한 화병은 신체 증상이 동반되기 때문에, 자신의 문제가 정신과적인 것이 아니며 내과 등 다른 전문 분야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환자가 고집할 수도 있다. 이때 충분한 검진 및 검사를 통해서 동반된 신체적인 문제를 확인하는 것 역시 중요하겠으나, 적절한 시기에 정신과 진료를 받지 못한다면 증상은 더욱 심해지게 될 것이다.
이외에 가족들이 유념해야 할 것으로는, 환자가 보이는 행동이나 증상들이 병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을 들 수 있겠다. 환자 스스로의 의지 내지는 노력으로 병을 치료할 것을 고집하는 보호자를 종종 볼 수 있는데, 화병이 발생했다는 것은, 환자가 받고 있는 스트레스가 이미 스스로의 의지로 조절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다는 것을 의미함을 가족들이 이해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