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주연

이미지 제공. 이담 후원인

숨막히는 두뇌싸움과 심리전으로 화제의 중심에 선 웹툰
『똑 닮은 딸』

2021년 8월 29일, ‘우리 엄마가 살인마인 것 같다’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웹툰이 독자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2024년 현재, 시즌 3회차에 접어든 『똑 닮은 딸』이다. 공부 잘하고 모범적인 여고생 길소명이 주인공이지만, 웹툰을 보는 내내 독자는 충격과 공포를 가라앉히기 힘들다. 엄마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춰 완벽한 딸로 살아온 길소명과 딸의 인생을 방해하는 모든 것을 제거해 온 엄마 명소민의 끊임없는 두뇌 싸움과 심리전,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사고 때문이다.

거듭되는 반전에 힘입어 『똑 닮은 딸』은 전체 독자 평점 9.9점 대를 유지하며, 일본어와 중국어, 영어 등 9개 언어로 서비스되기에 이르렀다. ‘제1회 SC웹툰어워즈 신인웹툰작가상’, ‘대한민국콘텐츠대상 만화부문 한국콘텐츠진흥원상’에 이어 지난 10월에는 대한민국 만화 최고 권위의 상인 ‘오늘의 만화상’ 을 수상하며 재미와 작품성을 두루 갖춘 수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작품에 대한 높은 관심과 평단의 인정은 자연스럽게 작가에 대한 호기심으로 옮겨갔지만, 작가인 이담 후원인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재학 중 데뷔해 현재는 휴학 중이고 웹툰 스토리와 달리 ‘엄마와 사이좋은 딸’이라는 정도가 전부다.

그러던 중 이담 후원인이 올해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에 1천만 원을 후원했다. 기업과 단체는 물론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후원인 중에서도 젊은 편이다. 웹툰 작가라는 직업도 이색적이라 후원 배경이 더욱 궁금했다는 말에 이담 후원인은 “웹툰 자문을 해준 의사선생님 중 어린이병원 후원을 추천하는 분들이 계셨다”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병원이니까, 막연히 ‘부자 병원’이라고 생각했어요.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이 매년 적자라는 것도, 서울대학교병원이라서 해야 할 일들을 하려면 기부가 꼭 필요하다는 것도후원한 후에야 알았죠. 혹시 이런 제 경험을 말씀드리면 더 많은 분이 후원에 동참하시는 데 도움이 될까요?

후원은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길

“운 좋게 데뷔해서 좋아하는 일을 해왔고, 더 좋은 작품을 보여드리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한껏 쏟아붓고 있는데 제 생활은 건조하고 피폐하다는 걸 깨닫고 멍해졌어요. 처음 웹툰을 그리기 시작한 이유를 되짚어 봤죠. 저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시대 정서를 좋아하지 않아요. 게다가 그런, 소위 ‘인생 성공’을 부르짖는 사람들을 개개인으로 만나면 무조건 자기중심적인 면만 있는 것도 아니거든요.

그러니 웹툰을 통해 친구 같은 입장에서 ‘좀 더 서로를 생각하며 살면 어때?’라는 말을 건넨다면 좋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연재를 이유로 저는 정작 무엇도 돌보지 못하며 살고 있다는 사실이 괴로웠어요.” 이담 후원인은 고민 끝에 기부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극복하고, 세상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판단이었다. 기부처를 찾던 중에는 어린이병원 이야기에 마음이 움직였다. 『똑 닮은 딸』이 어린이 시점에서 시작해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온 것도 크게 작용했다. 유약할 수밖에 없는 시기인 청소년기에 질병까지 앓는다면 몇 배로 힘들겠다는 생각이 더해진 결과다.

하지만 처음부터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을 마음에 둔 것은 아니다. 기부처를 어린이병원으로 좁힌 후 국내에 어린이와 청소년들만을 위한 병원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중 친근한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후원을 결정한 것이다. 구체적인 후원처를 지정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었다. 기부 후 느낀 뿌듯함에 더해 서울대학교병원의 상황을 알게 된 후에는 조금 더 힘을 보태고 싶어졌다. 서울대학교병원에 대한 후원 독려다.

“서울대학교병원은 국가중앙병원니까 정부에서 넉넉히 지원받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예약이 힘들 정도로 환자도 많으니 ‘부자 병원’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죠.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이 매년 적자라는 것도, 서울대학교병원이라서 해야 할 일들을 하려면 기부가 꼭 필요하다는 것도 나중에 들었거든요. 여전히 저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서 안타까워요. 혹시 이런 제 경험을 말씀드리면 더 많은 분이 후원에 동참하시는 데 도움이 될까요?”

자랑스럽게 살고 싶어요. 성공하거나 더 유명해지는 게 아니라, 자신과 주변을 돌보면서 보람을 느끼는 그런 당당함이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서울대학교병원 후원의 가치를 알리는 것도 자랑스럽게 사는 일 중 하나가 되었으면 합니다.

세상과 소통하며 도움되는 개인으로 성장하겠다는 꿈

휴학과 복학을 거듭하며 연재를 시작한 지 만 3년, 매주 월요일 『똑 닮은 딸』의 새로운 에피소드가 공개될 때마다 여전히수백 개의 댓글이 달린다. 젊은 세대가 주된 독자층이지만 입소문이나 추천을 받아 열혈 독자가 된 중장년층도 많다. 그중 “딸 추천으로 보게 됐는데, 재밌지만 기분이 이상하다”라는 반응도 많다며 이담 후원인은 웹툰의 주제를 다시 한번 정리했다.

“악당 캐릭터인 명소민을 단순히 나쁜 엄마가 아니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나르시시스트로 여기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모녀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끔찍한 사람이 가장 가까이에서 내 삶에 관여할 때 느낄 법한 공포를 다룬 것이니까요. 그런 관점으로 접근하시면 다르게 보실 수 있을 거에요.” 이담 후원인은 특히 이런 주제의식에 공감해주는 독자를 위하는 길이 이번 기부라고 생각했다.

“현재 『똑 닮은 딸』을 사랑해 주시는 많은 독자님들이 생겼고, 과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웹툰은 스낵 컬처에 가까우니, 어둡고 머리 아픈 소재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데뷔 전에 예상했어요. 그래서 더더욱 이런 무거운 내용을 따라와 주시는 독자님들이 세상에 대한 따듯한 마음을 갖고 있고, 나누고 싶어 한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기부를 통해 그 마음을 대신 전달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해요, 징검다리처럼요. 자랑스럽게 살고 싶어요. 성공하거나 더 유명해지는 게 아니라, 자신과 주변을 돌보면서 보람을 느끼는 그런 당당함이요. 이번 인터뷰를 통해 서울대학교병원 후원의 가치를 알리는 것도 자랑스럽게 사는 일 중 하나가 되었으면 합니다. “

어린 시절 이담 후원인은 끊임없이 피어나는 마음속 이야기들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는 꿈을 꿨다. 웹툰으로 그 꿈을 이룬 지금은 세상에 도움 되는 개인으로 성장하고 싶다. 전공인 서양화 분야에서 활동을 이어갈지, 『똑 닮은 딸』 완결 후 새로운 작품으로 독자를 찾아갈지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하지만 언제, 어떤 일을 하든 이담 후원인은 좋은 역량을 가진 개인으로서 세상과 함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