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편집실


도움말. 강형진 CAR-T 면역세포치료제 개발 GE센터 책임자·소아청소년과 교수

‘GE(Global Excellence) 센터’ 사업은 서울대학교병원이 연구 역량을 높이기 위해 준비한 프로젝트로 50세 전후의 중견 교수 세대로 구성된 핵심 연구 분야 클러스터를 선정하고 지원합니다. 이를 통해 서울대학교병원은 ①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의과학자를 육성하고 ② 세대간·학제간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며 ③ 산업화가 가능한 치료 기술 개발을 독려함으로써 인류를 괴롭히는 의학적 난제를 해결해가고자 합니다.

면역세포 유전자 치료 분야 선도 위한
한국형 CAR-T 치료제 개발 시스템

CAR-T 치료제는 암세포만 표적해 제거하는 면역세포치료제다. 환자 몸에서 꺼낸 T세포의 유전자를 조작, 암을 인지하는 항체의 scFv(single chain variable fragment)를 발현할 수 있게 한 후 다시 환자 몸에 집어 넣는 방식이다. 덕분에 체내 정상세포 손상은 줄이고 암세포만 정확하게 공격해 환자들 사이에서 ‘기적의 치료제’라 불린다. 그러나 2017년 9월, CAR-T 치료제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수많은 환자들과 이들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기대를 접어야 했다. 1회에 4~5억 원에 달하는 비용 때문이었다. 하지만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강형진 교수는 포기하지 않았다. 독일 생명공학 기업이 CAR-T 치료제 자동화 생산 기기를 개발했다는 소식에 직접 찾아가 기계 공급을 요청했고 사용법을 배운 후 연구팀과 함께 개발에 매달렸다. 그 결과 연구팀은 2022년, ‘한국형 CAR-T 치료제 개발 시스템’을 완성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첨단재생의료 연구계획’에서 국내 최초로 ‘고위험 1호 임상 연구’ 승인을 받았다. 2020년 첨단재생의료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승인된 고위험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였다. 그리고 두 명의 백혈병 환자에게 CAR-T를 무상으로 투여했다. 이후에도 2024년 8월 말까지 총 7명의 환자가 CAR-T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최고의 전문가들이 팀을 이뤄 진행한 연구자 주도 임상연구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CAR-T 개발 및 효능 평가는 항체 공학 전문가로 다수의 신규 항체를 발굴한 이창한 교수(서울대학교 의과대학), 20년 이상 T 세포 연구에 매진한 T세포 전문가 김항래 교수(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종양 미세환경 기초연구 분야에 힘써온 동물 모델 전문가 정기훈 교수(서울대학교 의과대학)가 맡았다. One-Step CAR-T 임상 적용에는 국내 최초 연구자 주도 CAR-T를 개발한 임상전문가 강형진 교수(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와 세포치료제 임상 연구 업적을 쌓아온 유수종 교수(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그리고 CAR-T 4건을 포함해 5건의 기술 이전에 성공한 CAR-T 전문가 최경호 교수(서울대학교 의과대학)가 나섰다.

서울대학교병원 CAR-T 원스톱 개발 시스템

기초와 임상 연구자들 아우르며
원천기술 개발과 확보에 나서다

연구팀은 CAR-T 치료제 개발에 대한 진입 장벽도 낮췄다. 치료제 생산부터 다양한 임상 절차까지 전 과정을 표준화해, 치료제 생산을 위한 설비와 의지가 있는 사람은 누구나 연구와 개발에 뛰어들 수 있게 한 것이다. 그 결과 국내에서 개발된 다양한 CAR-T의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지만 고형암을 포함한 난치성 암 관련 CAR-T 치료에 대한 임상시험은 여전히 부족하다. ‘CAR-T 면역세포치료제 개발 GE센터’가 연구와 개발을 서두르는 이유다. CAR-T 치료제 임상시험이 활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연구팀은 “암환자 대부분을 차지하는 고형암의 경우 특이적 항원 발굴이 어렵고, 정상세포에서의 항원 공격으로 인한 독성을 유발하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생산 비용이 높고 공정이 복잡한 것도 CAR-T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치료를 방해하는 요소라며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의 개발 및 확보가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이유로 CAR-T 면역세포치료제 개발 GE센터는 기초의학 연구자들과 임상 연구자들 간의 유기적인 협력 체계 구축에 특히 힘썼다. CAR-T 치료를 위한 항체 개발과 기초연구, 실제 환자 치료에 이르는 전 과정의 긴밀한 인프라를 기반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위중한 질병에 대한 치료법을 신속히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다.

이 과정을 통해 CAR-T 면역세포치료제 개발 GE센터는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신규 항체를 발굴하고 라이브러리를 구축해 특허를 출원했고, 동물 모델 확보를 위한 인간화 마우스 4종 구축도 완료했다. 그 사이 발표한 관련 논문이 30편 이상, 국책과제를 포함한 신규과제 수주가 8건, 특허 출원이 7건, 승인받은 임상연구는 1건이다.

센터 참여 교수진

면역세포 유전자 치료분야의 새 장 열 것

현재 CAR-T 면역세포치료제 개발 GE센터는 ‘면역세포유전자 치료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선도적 연구 그룹 구축’이라는 비전 실현에 한층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첫째 새로운 면역세포치료제 개발 기반을 확립하고 원천 기술 확보, 둘째 면역세포 유전자 치료 기술 대상 지적재산권 확보 및 기술 이전, 셋째 국내 및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 허브 구축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이는 세계적으로 CAR-T 치료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3년 3분기 기준으로 CAR-T 치료제 투여에 대한 국제 표준 인증을 받은 병원은 전 세계 총 522곳에 달했다. 미국이 198개 병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일본이 45개, 독일이 43개 등으로 다음 순위를 차지했다. 국내에서는 고가의 치료제를 기준으로 총 11개 병원이 CAR-T 치료제를 투여 중이다. CAR-T 치료제 시장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하지만 서울대학교병원이 CAR-T 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이유와 마찬가지로, 연구자 주도 자체 개발 없이는 더 많은 환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어렵다. 자칫하면 세계적인 바이오산업 활황의 물결에서 뒤쳐질 위험도 크다.

서울대학교병원이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사업의 기부금을 통해 조혈모세포이식 대상 환자들에게 CAR-T 치료를 제공하며 조혈모세포이식을 대체하기 위한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향후 연구를 다기관 연구로 확대해 자체 생산한 CAR-T 치료제를 타 병원에도 무상으로 제조 및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CAR-T 면역세포치료제 개발 GE센터는 또한 국내외 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과 협력해 연구 네트워크를 탄탄히 하는 본보기가 되어 고위험 첨단재생의료 분야를 발전시키고,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환자 치료와 산업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CAR-T 세포 치료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