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각을 다투는 패혈증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

‘세계 최단 시간 항균제 감수성 검사 기술’ 개발

박완범 교수 연구팀(서울대학교병원 감염내과 박완범 교수, 진단검사의학과 김택수 교수, 혈액종양내과 김인호 교수,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 권성훈 교수)

혈액에 세균이 존재하는 균혈증은 생명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질병입니다.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항생제를 최대한 빨리 사용해야 하죠. 이때 세균이 항생제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측정하는 검사를 해야 하는데 결과를 알기까지 3~4일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결과를 빨리 얻기 위해 신속 항균제 감수성 검사를 적용하더라도 균혈증 환자 혈액 내 균의 수가 너무 적어 36~48시간이 소요되는 혈액배양 단계를 생략할 수 없다는 점은 큰 장벽이었습니다. 하지만 패혈증 환자에서 매시간 사망률이 약 9%씩 증가해 10명 중 2~5명은 사망에 이르는 현실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습니다.

저희 연구진이 지난 10여 년 동안 꾸준히 연구에 매진한 이유입니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던 중 병원균에 특이하게 결합하면서 인간 세포에는 결합하지 않는 베타2GPI펩타이드에 주목했고, 수없이 많은 시도 끝에 환자 혈액에서 일정 수준의 수집 효율(Capture rate)를 얻을 수 있는 조건을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개발한 것이 바로 uRAST입니다. 합성나노입자를 투여해 혈액 속에서 직접 균을 추출한 후 균과 내성 유전자를 검출해 항균제 감수성 검사를 진행하는 방법입니다. 혈액 배양 단계를 생략한 덕분에 최소 36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병원균 동정 및 항균제 감수성 검사에서 신속 병원균 동정과 신속 항생제 감수성 검사를 도입해 최소 24시간이 걸렸던 소요시간도 6시간까지 단축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2~3일 정도 빨리 병원균의 종류와 내성 여부를 파악할 수 있게 되었으며, 정확도 역시 기존 표준 방법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동안 최적의 항균제를 적기에 투여받지 못해 사망 환자가 발생할 때마다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초고속 항균제 감수성 검사가 가능한 uRAST 개발에 이어 응급실 등 임상 현장에서 특별한 추가 인력 없이 12시간 내에 혈액 내 균의 종류와 내성 여부를 판별하는 자동화 장비를 구현하고자 합니다. 그 결과로 균혈증 환자 특히 중증의 패혈증 환자의 예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네이처(Nature)』 게재(IF 50.5)
안전하고 효과적인 항암제 투약의 길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 예측 바이오마커 개발’

고영일 교수 연구팀(서울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고영일·변자민 교수,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윤태영 교수·전창주 연구원)

저는 혈액종양내과 의사로서 신약 개발의 최전선에서 신약을 임상시험의 형태로 테스트하고, 또 신약이 허가되었을 때에 환자에게 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합니다. 다만 신약을 환자들에게 적용하였을 때 환자들의 반응성이나 부작용을 기존의 이론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도 있습니다. 혈액이나 골수 내 비정상 백혈구가 급격히 증식해 정상 혈액 세포의 생성을 방해하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에 신약을 투약하며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는 ABT-199라는 표적 항암제가 일반적으로는 높은 치료 성과를 나타내지만 모든 환자에서 동일한 치료 효과를 얻지 못하기에 효과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방법도 필요했습니다.

저희 연구팀은 ABT-199가 억제할 수 있는 BCL2 단백질의 생물학적 부분을 다시 검토했습니다. 그리고 단분자 풀다운 및 공면역침강 기법과 단분자 형광 이미징 기술을 통해 약 30,000개의 세포를 분석해 22종의 서로 다른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이하 PPI) 신호를 정량적으로 검출하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이 기술은 개별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에서 ABT-199 약물 반응성을 예측할 수 있는 ‘고성능 동반진단 바이오마커’ 개발로 이어졌습니다. 해당 바이오마커를 이용하면 환자 세포에서 PPI 신호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확인해 ABT-199의 효과 여부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은 이론적으로 PPI 네트워크가 중요한 약물에 대해서는 모두 적용 가능하기에 앞으로 확장 가능성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렇듯 항암제에 대한 반응성을 예측할 수 있으면, 무시할 수 없는 부작용을 가진 항암제를 꼭 필요한 환자들에게만 투약할 수 있게 됩니다. 환자 입장에서 바이오마커가 중요한 이유이지요. 이번 연구가 앞으로도 BCL2 단백질과 관련된 항암제들을 환자들에게 최적으로 투약할 수 있는 정밀의료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게재(IF 29.2)
유방 특성에 따른
개별 맞춤 진단 전략 제시

‘유방촬영술·AI 병행,
치밀 유방에서 유방암 진단 성능 높여’

장정민 교수 연구팀(서울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장정민·하수민 교수)

유방암은 국내 및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여성 암중 하나입니다. 특히 국내에서는 증가 속도가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른데요. 우리나라 여성 중 많은 분이 치밀 유방을 갖고 계셔서 진단이 쉽지 않습니다. 지방이 적고 실질조직 양이 많은 치밀 유방은 영상에서 고밀도의 흰 덩어리로 나타나는 탓에 검사 민감도와 정확도가 떨어져 진단을 놓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다양한 AI(인공지능) 기술이 개발 및 보급되면서 유방암 분야에서도 진단 성능을 높일 수 있다는 보고가 속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성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연구팀은 치밀 유방을 가진 여성의 유방촬영술에 AI를 병행할 경우 진단기능을 얼마나, 어떻게 높일 수 있는지와 함께 AI 진단법이 기존에 사용하던 초음파를 대신할 수 있을지도 살피기로 했습니다.

2017~2018년 유방암 검진을 받은 40세 이상 치밀 유방 여성 5천여 명 이상을 대상으로 단독 유방촬영술, 유방촬영술 & AI, 유방촬영술 & 초음파 진단 결과를 각각 비교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유방촬영술 & AI는 단독 검사보다 특이도가 높고 재검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시 말해 AI 보조진단 프로그램을 병행하면 정상인을 음성으로 진단하는 특이도가 개선되고 정상인이지만 유방암으로 진단하는 위양성 사례를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방암을 양성으로 진단하는 민감도는 유방촬영술 & AI보다 유방촬영술 & 초음파가 약 30% 이상 높았습니다. 따라서 유방암을 조기 진단하기 위해서는 유방초음파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만 지방형 유방을 가진 여성에서는 AI 성능이 훨씬 우수하기에 환자의 유방 특성과 유방암의 위험도에 따라 초음파와 MRI, 유방촬영술, AI 병행 등을 적용하는 맞춤형 검진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기에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가 AI를 적절히 적용하되 과도한 믿음은 지양해야 한다는 사실을 환기하는 동시에 미래 진료 틀을 만드는 데 기여하기를 바랍니다.

『래디올로지(Radiology)』 게재(IF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