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경험과 탁월한 전문성으로 대한민국 장기이식 분야를 선도하다
2023년 말 기준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는 5만 1,857명인 반면, 뇌사 장기 기증자는 483명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매일 7.9명의 환자는 이식을 기다리다 세상을 떠났고, 이식을 받으면 심각한 장애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환자들도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장기이식센터 구성원들이 매순간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울대학교병원 장기이식센터는 1969년 첫 신장이식을 시작한 이래 1992년 최연소 환자(2년 3개월)에 대한 신장이식, 1988년 국내 최초 뇌사자 간이식, 1992년 부분 간이식, 1996년 심-폐 이식 등 장기이식의 최전선에서 환자들에게 새 삶과 희망을 선물해왔다. 센터장인 민상일 교수는 국내 장기이식 분야를 선도해온 핵심으로 ‘풍부한 경험과 높은 전문성’을 꼽는다.
“저희 센터에서는 수십 년간 축적된 이식수술 경험에 힘입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를 제공합니다. 의료진 간의 협력으로 환자 맞춤형 진료를 탄탄하게 뒷받침하고, 환자와 의료진 사이의 신뢰로 회복과정에서의 안정감을 높이죠. 고위험 환자나 복잡한 이식 사례에서 환자 안전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첨단 연구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대학교병원 장기이식센터는 탈감작* 치료와 교환이식 등 고난이도 첨단이식 시스템 구축에 특히 열심이다. 탈감작 치료는 혈액형이 일치하지 않거나 조직 적합성이 불일치한 경우, 면역억제제 등의 도움으로 이식을 시도하는 방법이다. 다만 민감도가 높은 수혜자는 타인의 항체에 거부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서 조직이 일치해도 이식받지 못하는 일도 많다. 교환이식 프로그램은 이러한 경우에 대비해 시작한 것으로, 여러 쌍의 수혜자와 기증자를 매칭해 이식 가능성을 높인다. 서울대학교병원은 2010년 혈액형 부적합 및 교차반응 양성, HLA(Human Leukocyte Antigen, 사람백혈구항원) 항체 검사 양성 환자에 대한 신장이식을 시행해 2023년까지 전체 이식의 44%를, 간이식 혈액형 부적합 환자에서는 2012년 최초 시행 후 36%를 시행했다.
아낌없는 헌신으로 실현하는 의료 이상의 가치
이 모든 성과의 바탕에는 장기이식센터 구성원과 의료사회복지팀의 헌신이 숨어 있다. 이식환자의 진료와 수술 등은 각 진료과에서 담당하지만 기증자와 수혜자를 잇고, 생명·윤리적인 부분을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지원하는 일 등은 이들의 몫이다. 그래서 센터장인 민상일 교수는 구성원들의 자긍심을 높이는 일에 특히 힘쓴다고 이야기한다.
장기이식센터는 구성원들의 헌신에 기반해 활동 영역도 점차 넓혀왔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업무 협약을 체결해 생명나눔 문화 조성에 앞장선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시스템과 홍보 모두가 포함된다. 일례로 2024년 3월에는 뇌사추정 환자를 주치의가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뇌사추정자 전자통보 시스템’을 개발하고 중환자를 담당하는 의료진을 대상으로 대면 교육을 진행했다. 장기기증 희망등록 캠페인, 기증 활성화 워크샵 개최에 더해 방송 등 외부 활동을 통해 장기기증의 가치도 널리 알려왔다. 매년 참여하는 소아이식 캠프, 신장이식 환우회에 함께 하는 나들이 등 이식환자와의 소통 프로그램도 빼놓을 수 없다. 그 결과 지난 10월 개원기념일 행사의 ‘2024년 서울대학교병원그룹 포상’에서 장기이식센터는 우수상을, 민경옥 코디네이터는 모범 직원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민상일 교수는 아직도 할 일이 많다고 말한다. 뇌사 기증자 추모 공간 건립, 뇌사자 장기기증 후 유가족 관리 및 사후 예우 프로그램 확립, 대국민 홍보 등 장기기증을 활성화할 체계 구축에 더해 교환이식 매칭 프로그램 개발, 부갑상선 이식 등 새로운 이식진료 추진 등이다.
이 모두는 결국 ‘생명 나눔’이라는 한 방향으로 수렴된다. 서울대학교병원 장기이식센터 구성원과 의료진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지만, 일반인들이 동참할 수 있는 일도 있다. 장기기증에 대한 마음의 문턱을 낮추고 관심을 갖는 일이다.
장기 기증자들의 몸과 마음을 함께 살핍니다 강은정 교수(장기이식센터, 신장내과)
신장내과 전문의인 강은정 교수는 생존 기증자들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 기증을 위해 병원을 찾은 이들이 1차 검사를 거쳐 2차 검사를 진행할 때에는 밤 늦은 시간까지 함께 이야기하는 일도 많다. 강은정 교수는 기증과 관련해 고민되거나 궁금한 점에서 시작해 어느 순간 속마음을 털어놓는 기증자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인다.
“병원은 환자들을 위한 공간이다 보니 기증자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하지만 기증자분들은 병원에 오신다는 것 자체로 두려움을 가지시거든요. 그래서 여건이 허락하는 한 기증자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해요. 사실 이분들은 이식 수술로 인해 겪을 본인의 아픔보다 수혜자의 회복에 더 관심을 가지시거든요. 정말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증하는 분들이니 제가 더 잘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기증 후 건강관리를 돕는 역할도 중요하다. 신장을 기증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건강하다는 뜻일 수 있지만, 최소 1년에 한 번은 신장기능과 건강습관을 확인하고 혈당·혈압·고지혈증 등을 관리해야 한다. 서울대학교병원이 이 일을 꾸준히 해온 것에 더해 올해 2월에는 정부에서도 기증자의 기증 후 예후에 대한 내용을 제출하도록 장기이식법을 개정했다. 강은정 교수는 조만간 발표될 장기이식계획에서도 기증자 보호와 지원에 대한 내용이 담길 예정이라며 안도 섞인 미소를 지었다.
강은정 교수의 관심이 기증자에만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니다. 오랜 대기 기간으로 힘들어하는 대기자들을 생각하면 늘 안타까운 마음이다. 그래서 교환이식 등 고난도이식 연구에 힘을 쏟는 한편, 대기자들에게는 응급으로 진행되는 뇌사자 장기이식에 대비해 평소 병원에서 꾸준히 관리받을 것을 강조한다.
“가족에게 기증받는 경우라도 고마움을 마음껏 표현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받으신 장기를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약도 잘 드시고 건강관리도 잘 하시기를 바라요. 그렇지 않으면 기증자분들이 상처받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정말 운 좋게 가족이 아닌 분께 기증 받으신 경우라면, 갑작스럽게 가족을 떠나보낸 유가족들의 마음을 헤아려 건강하게 생활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환자로서 최선을 다하며 더 행복하고 건강한 새 삶을 누리세요 민경옥 코디네이터
신장이식은 다른 장기이식에 비해 덜 심각해 보일 수 있지만, ‘심각’이 무엇인가에 따라 그 의미는 달라진다. 민경옥 코디네이터는 “당장 생사가 걸린 문제가 아니라서 환자 입장에서 더 답답하고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라고 말한다. 신장질환은 대부분 만성이기에 10년쯤 투석을 하고 나면 “마지못해 살고 있다”라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생체이식이 가능한 장기는 신장과 간입니다. 그중 신장이식 건수가 많으니 기증자도 그만큼 많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하지만 수혜자 대비 기증자를 살펴보면 또 달라요. 생체 신장이식을 하는 환자는 정말 극소수고 대부분은 뇌사자 장기이식을 기다려야 하는데, 대기 환자가 가장 많은 장기도 그래서 대기 기간이 가장 긴 장기도 신장입니다.”
민경옥 코디네이터의 업무는 최초 교차반응 검사를 하는 시점부터 수술장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신장이식의 모든 과정에 걸쳐 있다. 수혜자와 기증자 상담, 검사 스케줄 및 병실관리는 물론 국가 승인과정 등 각 단계가 매끄럽게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얼핏 생각해도 간단치 않아 보이지만, 민경옥 코디네이터는 과정이 복잡할 때보다는 이식이 성사되지 않을 때 가장 힘들다고 말한다.
“한 건의 이식이 성사되기까지 환자분과 함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수많은 고비를 넘깁니다. 그래도 결과가 성공적이면 힘들었던 모든 것을 잊고 보람을 느끼죠. 반대로 겨우 수술할 수 있게 되었는데 막상 적출을 하고 보니 신장상태가 좋지 않아 환자를 그냥 퇴원시켜야 할 때는 말할 수 없이 안타깝죠.” 이런 보람과 어려움 사이, 민경옥 코디네이터를 일으키는 힘은 건강을 회복한 환자를 보는 일이다. 그래서 수술환자 퇴원 교육을 할 때면 최선을 다해 당부한다.
“힘들게 수혜자가 되고 이식 수술에 성공한 후라도 관리를 잘 하지 못하면 또 다시 투석이나 이식을 논의해야 하는 시점을 맞이하실 수 있어요. 그러니 하늘이 두 쪽 나도 면역억제제는 잘 챙겨 드셔야 해요. 환자는 환자로서 최선을 다하시면 됩니다. 의료진과 함께 건강을 관리하며, 장기 기증자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전보다 더 행복한 나날을 보내세요.”
장기기증은 환자만이 아닌 그 가족까지 살리는 일입니다 이서연 코디네이터
심장과 폐는 생명과 직결되는 장기이기에, 환자와 보호자들은 누구보다 절박한 심정으로 장기이식센터의 문을 두드린다. 이들을 맞이하는 이서연 코디네이터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정서적 지지다.
“장기이식 과정은 마라톤이라고 생각하셔야 해요. 환자와 보호자가 심리적으로 안정돼야 전반적인 절차를 원활히 이어갈 수 있죠. 이식 대기자 등록과 이식 절차, 수술 전후 과정에 대한 설명 등도 물론 중요하지만 정서적 지지, 가족의 이식 과정 참여 정도와 지원의 중요성 등에 대해서도 꼼꼼히 설명 드려요.” 정서적·경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과 구체적인 경로를 안내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인 건강관리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강조한다. 장기이식의 목적은 결국,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심장과 폐는 뇌사자 장기이식으로 진행되는데, 가장 높은 응급도의 대기자가 우선 순위를 얻는다. 특히 폐는 성인 대기자가 최고 응급도를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이 단 3주로, 이 시기에 이식을 받지 못하면 대기 기간이 무한정 길어진다.
“폐 장기이식 대기자 중 두 분이 최고 응급도 기간인 3주의 마지막 날, 약 2~3시간을 남기고 이식을 받으셨던 적이 있어요. 환자와 보호자만큼은 아니겠지만 저도 정말 심장이 타들어가는 심정으로 함께 기다렸거든요. 정말 기적 같았습니다. 안도와 기쁨 속에 이 일을 하는 보람을 크게 느꼈습니다.”
‘울림길’을 비롯한 장기기증 캠페인 역시 코디네이터로 일하는 동력이 된다. 장기기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고, 현장을 찾은 뇌사자 장기이식 수혜자와 가족들을 마주하며 생명 나눔의 가치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덕분이다.
“소중한 생명을 받았으니 나눔에 동참하고 싶다고 말씀하시면서 기증 서약서를 작성하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최근 기증받은 분들의 경험과 기증자 가족 이야기가 미디어에 소개되면서 많이들 공감하신 것 같아요. 앞으로 장기기증이 생명을 구하는 데 있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더 널리 알려졌으면 합니다.”
환자분이 건강하게 생활하실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김옥경 코디네이터
1988년 3월, 김수태 교수팀이 국내 최초로 간이식에 성공한 이후 서울대학교병원 간이식팀은 세계 생체 간이식 분야를 선도해왔다. 탁월한 의료진부터 장기이식센터의 코디네이터까지 모두가 한 마음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온 덕분이다.
“간이식은 모든 과정이 거의 응급으로 진행됩니다. 중환자실에서 겨우겨우 버티는 분들부터 갑자기 간암 진단을 받거나 간암 재발로 더 이상 희망 없이 이식을 기다리는 분들까지, 간이식 대기 환자분들은 정말 다급한 상황에 놓여 있으시기 때문이죠. 이식이 결정되면 다학제 논의 및 의사소통부터 수술까지 과정에 참여하는 의료진과 모든 관계자가 빠르고 체계적으로 움직입니다.”
이식 결정 이전부터 이식 수술 후 교육까지 간이식 과정 전반을 아우르는 업무를 하는 김옥경 코디네이터의 설명이다. 김옥경 코디네이터 역시 상담 시 기증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일에 가장 집중한다. 생체간이식의 특성상 기증자의 의사와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코디네이터로서 일하며 느끼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쉬운 순간이 없다”라고 말한다.
“중환자실에서 대기하다 순서가 되지 않거나 가족 모두가 검사를 하고도 모두 불합격되어 고생만 하다 돌아가시는 분들을 보면 안타깝고 힘들죠. 간이식을 위해서는 환자 한 분을 정말 여러 차례 만나니 더 감정이입이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보람을 느끼며 감사하는 순간도 꽤 많습니다.”
사실 간이식 대기 환자들은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을 거듭한 끝에 이식을 받는 탓에 수술 후 김옥경 코디네이터를 기억하지 못하곤 한다. 하지만 김옥경 코디네이터는 환자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해도 괜찮다. 환자가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하거나, 시간이 지난 후 찾아와 고맙다는 말을 전할 때 느끼는 뿌듯함이 모든 것을 상쇄시킨다.
“작년 이맘때 뇌사자에게 간이식을 받은 꼬마가 얼마 전 부모님과 함께 찾아왔어요. 건강한 아이의 모습을 보니 코디네이터 일이 새삼 자랑스러워졌습니다. 앞으로도 이 마음 그대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