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주연

사진. 황필주 79 Studio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

1996년 신설된 호스피스실에서 출발한 탓에 말기 암환자분들만을 위한 센터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아요. 중증 질환 치료 과정에서 환자와 가족이 겪을 수 있는 몸과 마음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죠.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을 윤리적으로 지원하는 역할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환자분이 집에서 마지막을 보내고 싶어 하실 때 의료진으로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잖아요. 그럴 때 어떤 결정을 하는 것이 환자에게 더 좋고 윤리적인 방향인지 문의하시면 함께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갑니다. 한 마디로 중증 환자와 가족은 물론 의료진까지 지원하는 곳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드리고 있나요?

통증을 완화할 수 있는 약은 물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약도 처방합니다. 약이 아닌 대화가 필요할 때는 상담을 진행하고요. 사회 속 존재로서 관계를 통한 지지나 미술치료 등의 케어가 필요할 때 연결하기도 하고요. 물론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폭넓은 케어를 제공하려면 다양한 프로그램과 자원이 투입되어야 해요.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지정후원’을 요청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완화의료에 대한 후원은 중증 환자들에 대한 응원이니까요.

질병이 아닌 사람 중심으로 생각한다는 점이 새삼스럽게 여겨집니다.

질병 중심으로 보면, 치료 방법이 없는 경우 모든 것이 끝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 중심으로 보면 그 사람의 삶을 도울 수 있는 많은 것들이 보입니다. 병이 진행되더라도 증상을 관리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다면 어떨까요? “항암치료가 어렵다고 했을 때 인생이 끝난 것 같았는데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에서 증상을 관리하며 지내니 삶이 훨씬 더 값지게 여겨진다”라는 환자분들도 있으시거든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아직도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너무나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치료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낙심한 채로 찾아오시는 분들께 “질병 치료가 끝났을 뿐이지 삶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라고 말씀 드립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도 돕고 계시죠?

여전히 많은 분들이 낯설어하시지만,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삶의 막바지에 다다랐을 때만 쓰는 것이 아니에요. 어떤 모습으로 삶을 마무리하고 싶은지 혹은 어떤 상황을 피하고 싶은지 결정해 두는 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급성 뇌출혈로 중환자실에서 돌아가시게 된 환자분 가족의 일화를 예로 들 수 있겠는데요. 비교적 건강하게 지내시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임종으로 슬픔에 빠져 있었는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발견한 후 안도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하셨어요. 아버지가 생의 마지막을 한 번쯤 생각해 보셨다는 자체로 허망함이 줄어든 것이죠. 현실적으로는 법이 도입된 이후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미리 작성해 두어야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시스템에 휩쓸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임종과정에 직면하게 되었을 때를 대비해 임종기에 시행하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사용, 혈액투석 등의연명의료와 호스피스 이용에 관한 의사를 직접 밝혀두는 문서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를 궁금해하는 분들께 어떤 말씀을 전하고 싶으신가요?

지난 5년 동안 8천여 건의 의뢰를 받고 7,700여 명 정도의 환자와 그 가족들을 만났습니다. 대부분 해당 질병을 치료하는 의료진의 의뢰로 오신 분들이죠. 처음에는 생소하게 여기시지만 한 번 오신 분들은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정말 좋았겠다”라는 말씀들을 하세요. 그러니 몸은 물론 마음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시다면 주치의에게 먼저 문의를 하시되 저희 센터에 직접 방문해 주셔도 좋겠습니다. 아직 국내에는 롤 모델로 삼을 만한 사례가 없기에 책임감과 애정을 갖고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HUMAN 누구나 살아갈 용기를 갖고 있는 보석처럼 빛나는 존재들. 각자가 살면서 쌓아온 경험과 능력을 잘 살려드리기 위해 노력해요.

LIKE 의사로서 해야 할 일을 다 하고 퇴근한 후 아이와 최선을 다해 놀고도 에너지가 남아있을 때. 흔한 경우가 아니기에 그런 순간이 더욱 소중합니다.

THINK 언제 생을 마무리해도 아쉽지 않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 이전까지 목표지향적으로만 살았는데 이곳에서 일하며 삶에 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