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은 양날의 검?!

자외선은 피부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우리 몸에 필요한 역할도 합니다. 먼저, 국제암연구소(IARC)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피부 노화 가속과 피부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실제로 자외선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주름이 깊어지고 기미나 잡티가 생기며, 피부가 거칠어지고 탄력을 잃어 나이보다 더 늙어 보이게 됩니다. 자외선은 또한 DNA 손상을 일으켜 피부 세포의 변이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결과로 흑색종,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암 등 다양한 피부암 발생의 위험이 커집니다. 이중 흑색종은 치명적일 수 있는 피부암으로, 조기 발견과 예방이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자외선으로 인한 모든 피부 손상은 축적되어 나타나는 만큼, 어릴 때부터 꾸준히 자외선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포인트는 ‘적절한’ 노출!

그렇지만 자외선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특히 비타민 D의 합성을 위해서는 적절한 양의 자외선에 노출되어야 합니다. 비타민 D는 뼈 건강과 면역 기능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비타민 D가 부족하면 골다공증, 근력 저하, 면역력 감소 등 다양한 건강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햇빛 노출만으로는 충분한 비타민 D를 합성하기에 불리한 기후이기에 식품이나 보조제로 보충할 것이 권고됩니다. 따라서 비타민 D 합성을 이유로, 과도하게 햇빛에 노출되는 것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적절한 양의 햇빛 즉 자외선에 노출되면 기분 개선, 세로토닌 분비 촉진을 통한 우울증 예방 등에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계절성 정서 장애 증상을 완화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자외선차단제는 평소보다 더 자주, 한낮 야외 활동은 최대한 적게

강한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SPF(Sun Protection Factor, 자외선 B 차단 지수) 50, PA(Protection grade of UVA, 자외선 A 차단 지수) +++ 이상의 자외선차단제를 2시간마다 다시 바르는 것이 좋습니다. 자외선 A와 B를 충분히 차단하는 성분을 포함하고, 가능하면 가시광선과 적외선에 의한 손상을 예방 또는 조절하는 항산화제나, 색조가 포함된(틴티드) 자외선차단제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야외 활동이 많은 날에는 더욱 신경 써야 합니다. 해변에서 물놀이할 때는 방수 기능이 있는 자외선차단제를 선택하고, 땀을 많이 흘리는 등산이나 골프 같은 야외 운동 시에는 더 자주 발라주는 것이지요.
주의할 것은 해수욕장 같은 모래사장에서는 자외선 반사율이 높아 일반적인 환경보다 자외선에 더 강하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사이의 야외 활동을 피하고, 부득이한 경우 모자, 선글라스, 긴소매 옷 등은 물론, 자외선 차단 코팅이 된 양산을 사용하면 더 좋습니다. 평소보다 더 철저하게 자외선을 차단할 방법을 총동원하는 것입니다.

햇빛을 이루는 또 다른 빛, 가시광선과 적외선

최근에는 자외선 외에 가시광선과 적외선이 피부 노화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도 주목 받고 있습니다. 가시광선, 특히 청색광(블루라이트)은 태양광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컴퓨터 모니터, LED 조명 등 우리 일상 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디지털 기기에서도 방출되는데요. 청색광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피부 세포의 산화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콜라겐 분해를 촉진합니다. 기미와 색소 침착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한편, 햇빛에 포함된 적외선도 피부 노화와 관련이 깊습니다. 적외선은 피부 깊숙이 침투하여 콜라겐 구조를 변형시키고 활성산소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피부 탄력이 저하되고 주름이 형성될 수 있는 것입니다. 햇빛뿐만 아니라 장기간 고온에 노출될 때도 적외선으로 인한 피부 손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요리사나 용접공과 같이 지속적으로 열에 노출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얼굴 피부의 조기 노화 위험에 주의해야 합니다.

비만과 뇌신경 건강에도 자외선이?

최근 서울대학교병원 피부과에서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들을 발표했습니다. 먼저, 자외선이 비만과 대사질환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지속적으로 자외선에 노출할 경우,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발현을 촉진하여 식욕 증가와 동시에 에너지 소모를 늘리는 효과를 보였습니다. 실험에서 자외선에 노출된 쥐들은 더 많은 음식을 섭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체중이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백색지방이 갈색지방으로 전환되어 열 발생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갈색지방은 에너지를 열로 전환해 소비하는 ‘좋은’ 지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듯 흥미로운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피부 노화와 피부암 발생 위험을 고려한다면 무분별한 자외선 노출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희 연구진의 다른 연구에서는 피부에 닿는 자외선이 뇌 기능, 특히 기억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장기적인 자외선 노출은 도파민을 과도하게 활성화시켜 신경 발생과 시냅스 가소성을 악화시키고 기억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자외선에 장기간 노출된 쥐들은 새로운 물체를 기억하거나 미로를 학습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이전까지 자외선이 피부에만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알려진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피부 건강뿐 아니라 뇌신경 건강을 위해서도 자외선 차단이 중요할 수 있음을 인식하시기를 바랍니다.

피부 건강은 전반적인 건강의 지표

건강한 피부는 단순히 외모의 문제가 아닌 건강의 지표입니다. 특히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은 피부의 염증 반응을 증가시키고 콜라겐 분해를 촉진하여 피부 노화를 가속하는 등 몸 전체에 영향을 줍니다. 건강한 피부를 위해서는 적절한 자외선 차단과 함께 균형 잡힌 식단, 충분한 수분 섭취, 규칙적인 운동 등 전반적인 건강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러니 계절에 상관 없이 적절한 햇빛의 혜택은 누리되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지혜를 발휘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