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편집실

고대

종교적·영적 치료에 힘쓴 아스클레피온 Asklepion

튀르키예 서부 페르가몬(Pergamon)은 과거 의료도시로 이름을 떨쳤다. 아스클레피온(Asklepion) 덕분이다. 그리스 신화 속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Asclepius)에게 봉헌된 이곳은 원래 신전이었다. 그런데 왕의 주치의를 맡을 정도로 유명했던 외과의사 갈렌(Gallen, A.D.131-210)의 활약에 힘입어 그 시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의료기관이 됐다. 아스클레피온은 약물 치료 공간은 물론 환자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연극 공연을 했던 원형극장,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터널, 진흙 목욕탕, 건강을 되찾게 해준다는 샘물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입구 기둥에 치료의 상징인 뱀이 새겨져 있는 것도 눈에 띈다. 하지만 과학적 방법과는 다소 동떨어진 종교적·영적 치료에 힘썼다는 점에서 현대의 종합병원과는 거리가 있다.

중세

아픈 자들의 집, 비마리스탄 Bimaristans

707년 다마스쿠스를 시작으로 이슬람권 곳곳에 세워진 중세의 종합병원이다. ‘아픈 자들의 집’이라는 이름 그대로 설립 초기에는 환자들에게 임시 피난처와 간단한 치료를 제공했지만, 점점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의료기관의 모습을 갖추었다. 진료과만 해도 내과, 외과, 정신과 등으로 다양했으며 치료 방법도 약물만이 아닌 수술과 물리치료 등으로 폭넓었다. 특히 의학 교육과 연구 중심지 역할을 했는데, 인근 의과 학생들이 비마리스탄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거치며 경험을 쌓았다는 기록도 있다. 이를 통해 비마리스탄은 아랍 의학 발전에 크게 기여했고, 십자군 전쟁을 계기로 서구 의학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근현대

요양소에서 환자 중심 병원으로
파이미오 요양소 Paimio Sanatorium

1932년, 결핵 환자들을 위한 요양소로 처음 문을 열었다. 그때만 해도 결핵 치료법으로는 신선한 공기와 휴식이 전부였기에 공간 설계가 특히 중요했다. 이에 건축가 알바 알토(Alvar Aalto)는 네 개의 커다란 건물로 나누고 이들이 중앙에서 만나게 했으며, 각 날개의 기능을 방향에 따라 결정했다. 예를 들어, 남서쪽에 있는 6층 건물에는 병실을 배치해서 환자들이 아침 해를 볼 수 있도록 했고 병실 창을 최대한 아래로 내리고 바람이 잘 통하도록 이중창을 만들었다. 환자의 위생과 심리적 안정을 위해 실내 인테리어에도 공을 들였다. 덕분에 파이미오 요양소는 종합병원으로 전환된 후에도 환자 중심 병원 설계의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다.

미래

따뜻한 의료서비스를 향한
스마트 병원 Smart Hospital

병원정보시스템(HIS),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 등 첨단 기술의 발전은 병원의 시스템과 풍경을 동시에 바꾸고 있다. 일명 스마트 병원이다. 서울대학교병원은 2023년 열린 ‘국제 병원 및 헬스테크 박람회’에서 스마트병실 시스템, 모바일 앱, 환자교육 실감형 VR/AR, 홈케어 시스템 등으로 구성된 ‘환자중심 소통 플랫폼’을 선보인 바 있다. 스마트 병원 구현으로 만들어갈 미래 디지털 의료에 대한 서울대학교병원의 철학은 확고하다. 효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통해 환자 중심의 따뜻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 사회와 기술의 가파른 변화에 발맞추되 흔들림 없이 소명과 책임을 지키겠다는 다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