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답은 언제나 시간이 찾아줬다 황승택 작가

어느 날 갑자기 난치병 판정을 받는다면, 어떤 선택지가 있을까? 한창 열정적으로 일하 던 30대에 백혈병 판정을 받은 황승택 작가는 생명 앞에서 어떤 것도 포기하지 않겠다 는 의지로 하루하루를 채워갔다. 병마와 치열하게 싸우는 것만이 아니라, 촘촘한 기록 을 남겨 『저는, 암병동 특파원입니다』라는 책을 펴냈다. VOM 42호에 황승택 작가의 글을 싣고 싶었던 이유다. 힘든 시간을 지나 완치 판정을 받은 작가에게 ‘병원에서의 시 간’에 대한 원고를 부탁해도 될까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청탁 메일을 받은 그는 “기꺼 운 마음으로 쓰겠다”라고 회신했다. 그리고 ‘켜켜이 쌓인 시간이 마침내 나를 구원했다’ 라는 제목의 원고를 보내왔다. 그가 지나왔을 시간은 그 누구도 세세히 상상할 수 없지 만,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것만 같던 난제에 대한 해답은 언제나 시간이 찾아줬다’라는 대목만은 누구나 되새겨 볼 만하지 않을까?

예측할 수 없는 삶이 만드는 가치 박찬용 중증외상센터 교수

박찬용 교수는 일주일에 한 번, 지방에 있는 집으로 간다. 여정은 1박 2일이지만 오가 는 시간을 제외하면 가족과 머무는 시간은 48시간에 한참 못 미친다. 이런 생활을 12년 째 반복하는 사이 아이가 훌쩍 커버렸다며 “낳아 놓기만 하고 엄마 혼자 키우게 해서 미 안하죠”라고 말한다. 중증외상 분야 의료진은 한 시간 뒤조차 예측하기 힘든 삶을 살기 때문이다. 어떤 날에는 응급콜을 기다리며 종일 대기를 하고, 또 다른 날에는 잠을 자다 가도 뛰쳐나가야 한다. ‘고되더라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사명 하나로 걸어왔지 만, 박찬용 교수는 요즘 고민이 많다. 중증외상 분야 지원자가 적어지는 것은 물론, 기존 인력들도 현장을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해결책이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한 번에 해결할 수는 없지만 중증외상 분야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 주기만 해도 조금 씩 나아지지 않을까요?”라고 답하며 다시 환자 곁으로 향했다.

환자와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다짐으로 최승홍 네이버 디지털 바이오 연구공모 심사위원단장, 영상의학과 교수

‘네이버 디지털 바이오 연구공모’ 심사위원단장을 맡은 최승홍 교수는 시작 단계부터 성공을 확신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과 서울대학교병원 연구자들의 연구 의지와 역 량을 굳게 믿어온 덕분이다. 그 믿음 그대로, 화상으로 진행한 설명회에는 최대 허용 인 원인 300명 이상이 접속했고 결론적으로 총 436건의 연구과제가 접수됐다. ‘세상에 없 던 연구, 정말 다른 연구를 계획해 달라’는 심사위원단의 요청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과 서울대학교병원 그룹 산하 연구진이 뜨겁게 응답한 것이다. 자신도 임상의사이자 연 구자인 최승홍 교수는 “정말 많은 교수진과 연구진이 환자들께 도움을 드리고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서 애쓰고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사례”라며 앞으로도 이런 프로젝트가 많 아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가능성 무궁무진! 왕성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생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카메라 앞에 선 왕성지 학생에게 ‘네이버 디지털 바이오 연구공 모’ 연구과제에 대해 묻자 설명이 술술 이어졌다. ‘디지털 정신건강 스크리닝을 위한 강 화학습 양상 파악 게임 및 인공 신경망 모델 개발’을 과제로 삼았으니, 정신건강의학 전 공을 희망하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모르겠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질병의 근원적인 원 인을 탐구하는 기초의학자,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임상의사 그리고 바이오 관련 창업에 도 관심이 생겼다는 것이다. 다시 풋풋한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는 왕성지 학생을 보며, 20년 후쯤에는 그를 어디에서 만날 수 있을지 가늠해 보았지만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 다. 그래도 어떤 분야에서 ‘왕성지’라는 이름을 접하든 당연한 듯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 는 확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