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주연

사진. 황필주 79 Studio

Flow는 ‘꾸준한 흐름’인 동시에 ‘몰입 중인 상태’를 뜻한다

1885년 제중원으로 출발한 서울대학교병원의 발자취는 한 지점을 뜻하는 Time이 아닌 Flow로 표현되어야 한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찰나에 몰입하며 언제나 미래를 향한 꾸준한 흐름을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은 병원을 드나드는 환자 들에게는 쉽사리 눈에 띄지 않지만 수많은 의학자들의 보이지 않는 시간과 하루하루가 쌓여 인류 전체의 건강한 삶을 위한 새로운 의학과 의료의 흐름을 주도해왔다.

5:30 am

밤새 쉴 틈 없이 돌아가는 검사실
#진단검사의학과


7:35 am

치료방침 결정을 위한
#임상유전체의학과_컨퍼런스


“병원의 하루는 언제 시작될까”라는 질문은 무의미하다. 중환자실에서는 환자 상태가 의료진의 하루를 결정짓는다. 이른 아침이면 외래진료 전 환자 상태를 공유하는 컨퍼런스가 열린다. 글로벌 환자 사례를 공유하고 적절한 치료법을 찾기 위해 외국 의료진과 화상회의를 하는 일도 잦다.

7:40 am

외국 학생들의 서울대학교병원 연수
#미시간주립대


8:00 am

이른 아침부터 긴박하게 돌아가는
#수술장


병원에서는 모두가 각자의 시간을 견딘다

“진료 시간이 짧다”라는 말에는 안타까움을 품은 채 모두가 동의한다. 얼굴을 맞대는 시간은 3분이지만, 의료진이 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치료 방침을 고민하는 시간은 측정하기 힘들 만큼 길다. 환자 역시 긴 기다림 끝에 도착한 것을 알기에 짧게라도 눈을 맞추고 “환자분이 좋아지시는 게 제일 중요하죠”라는 말을 건넨다.

9:05 am

검사 결과 확인·외래 기록 분석을 거쳐 환자와 마주한 의료진
#소화기내과진료실


12:30 pm

환자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는 간호사
#신장투석실


절실하고 긴박한 순간마다 내일을 생각한다

“응급상황이 발생했습니다”라는 메시지는 대기 중인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먼저 가닿는다. 의료진의 반응은 자동반사에 가깝다. 이전까지 어떤 일을 하고 있었는지를 헤아릴 겨를도 없다. 처치를 끝내고 제자리로 돌아갈 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의료진의 제자리란 무엇인가. 환자를 마주하는 일이나 눈이 아프게 현미경이나 모니터를 바라보는 일, 훌륭한 인재를 키워내는 일 중 제자리가 아닌 것은 하나도 없다. “그런 시간들을 어떻게 견디냐”라고 물으면 어김없이 “견디는 것이 아니라 채우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긴박하고 절실할수록 촘촘히 채우며 새 흐름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8:40 pm

새로운 예후인자 발견에 몰입하는 사이 밤은 깊어 가고
#진단혈액학


11:30 pm

한밤의 고요를 깨는 사이렌 소리
#대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