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편집실


도움말. 최승홍 난치성 뇌질환 극복 GE 센터 책임자·영상의학과 교수

‘GE(Global Excellence) 센터’ 사업은 서울대학교병원이 연구 역량을 높이기 위해 준비한 프로젝트로 50세 전후 의 중견 교수 세대로 구성된 핵심 연구 분야 클러스터를 선정하고 지원합니다. 이를 통해 서울대학교병원은 ① 국 제 경쟁력을 갖춘 의과학자를 육성하고 ② 세대간·학제간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며 ③ 산업화가 가능한 치료 기술 개발을 독려함으로써 인류를 괴롭히는 의학적 난제를 해결해가고자 합니다.

세포부터 임상까지 전 단계 연구를 가능케 한 다학제적 접근

2017년, 주건·이순태 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팀이 세계 신경학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자가면역 뇌염의 새로운 발병 원인을 규명한 연구 결과를 신경학 분야의 권위지 『미국신경학회보(Annals of Neurology)』에 발표한 덕분이다. 실제 로 면역세포가 뇌를 공격하는 자가면역 뇌염은 오랫동안 ‘원인을 알 수 없는 뇌질환’으로 분류되어 왔고, 진단 기술이 도입 된 지금도 진단이 어렵기로 유명하다. 알려진 원인 항체만 20여 개나 되고 환자 중 40%가량에서는 원인 항체조차 밝혀지 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려면 세포 수준에서 임상 현장에 이르는 전 단계의 연구가 필요하다. 희귀신경질 환·뇌전증·뇌졸중·퇴행성 뇌질환 등 다른 난치성 뇌질환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난치성 뇌질환 극복 GE 센터에 풍부한 경험과 탁월한 성과를 보유한 대표 연구자들이 모인 이유다. 책임자인 최승홍 교수 는 난치성 뇌질환의 치료법을 발견하고 실제 치료에 적용하기까지 넘어야 할 문턱이 많다며 센터 출범의 의의를 설명했다. “난치성 뇌질환의 근본적인 치료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습니다. 뇌질환의 원인이 되는 유전적 결함, 진 단을 위한 영상 기법 개발 및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영상 분석, 치료제의 전달 효율 향상, 빅데이터를 이용한 개인별 치료 법 적용 등 헤아리기 힘들 정도죠. 하지만 각자의 전문성을 살린 다학제적 접근으로 환자 삶의 질 향상이라는 최종 목표를 실현해 가고자 합니다.”

난치성 뇌질환 극복 GE센터 구성

근본적 치료법 마련을 위한 4가지 핵심 연구 분야

난치성 뇌질환 극복 GE 센터의 핵심 연구 분야는 총 4가지다. 그중 뇌혈관 장벽(Blood-Brain Barrier, BBB) 우회를 통한 치료 전략은 신경질환과 뇌질환 치료의 출발점에 해당한다. 뇌혈관 장벽의 특성 때문이다. 뇌혈관 장벽은 외부 바이러스와 독성 물질 등이 무분별하게 침투하는 것을 방지해 감염이나 신경세포 손상을 막는다. 영양소를 비롯한 에너지원들을 선택 적으로 통과시켜 뇌가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하도록 돕는 역할도 한다. 문제는 치료를 위한 약물 전달마저 방해한다는 점이 다. 때문에 약물치료 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고용량의 치료제를 투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로 인해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뇌혈관 장벽을 우회하지 않고 약물을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전달 시스템 개발이 절실한 이유다.
뇌전증과 뇌졸중 분야에서는 임상 데이터 분석을 통해 새로운 약물을 발견하고, 뇌 기능을 정교하게 평가하는 기술을 개발 하는 것이 목표다. 발병 원인이 다양한 뇌전증에서는 환자별로 최적화된 치료법이, 뇌 속 시스템과 네트워크 손상으로 발병 하는 뇌졸중에서는 전체 손상을 동시에 회복시킬 수 있는 치료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가면역 뇌염, 알츠하이머 등 퇴행성 뇌질환의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도 센터의 연구 범위에 속한다. 이들 질환은 초기 진 단과 치료가 중요한 만큼, 혁신적인 바이오마커(Biomarker)를 개발하는 것이 먼저다. 이를 통해 질환의 진행을 조기에 파 악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글림프계(Glymphatic System) 첨단 영상화는 뇌질환의 조기 진단과 치료 전략 개발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 대되는 연구다. 뇌척수액을 통해 뇌 속 독소와 노폐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하는 글림프계는 알츠하이머 등의 뇌질환과 깊 이 연관되어 있다. 글림프계의 기능을 평가하고 진단하면 퇴행성 뇌질환 발병 기전이나 진단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여기 서 한 발 더 나가 난치성 뇌질환 극복 GE 센터는 조영제 등을 투여하지 않는 비침습적 방법으로 글림프계를 확인할 수 있는 MRI 영상 기법 개발에 착수했다.

다양한 관점·첨단 기술 융복합해 난제 극복의 발판 만들 것

출범 이후, 난치성 뇌질환 극복 GE 센터는 빠르게 성과를 쏟아내며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증강현실 기반의 뇌수술 내비게이션 적용에 대한 새로운 물체 추적 및 깊이 인식 기술 개발과 효과 검증’, ‘딥러닝 학습을 통한 교모세포종 국소 재 발 예측 연구’ 등을 세계 유수의 학술지에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자가면역 뇌염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의 역량을 널리 알리는 중이다. ‘MRI로 뇌혈관 장벽의 투과 정도를 확인해 환자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연구’와 ‘기형종의 안전한 치료를 위한 혈청 농도 연구’를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에 발표해 학계의 이목 을 집중시킨 것이다. 이 분야 최고 권위자인 이순태 교수는 “우리나라 전체에서는 연간 약 1천 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희귀 질환이지만, 우리 병원에서는 신경과 환자 중 25%에 해당하는 핵심 질환이기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다”라며 자가면역 뇌염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난치성 뇌질환 극복 GE 센터는 발걸음을 재촉하며 외연 확장을 꾀하고 있다. 카이스트를 비롯한 국내 연구팀은 물론 미국 UCSF(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캠퍼스)와 메이요클리닉(Mayo Clinic), 영국 옥스퍼드(Oxford) 등 국제 연구그룹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대규모 정부 과제 수주 및 사업화, 지식재 산권 창출 등 GE 센터 사업 취지에 발맞추는 일도 중요하다. 센터 책임자인 최승홍 교수는 특히 “환자 삶의 질 향상이 최종 목표”라며 난치성 뇌질환 극복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난치성 뇌질환 극복 GE센터 핵심 연구 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