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주연

사진. 황필주 79 Studio

의학적으로는 어떨 때 ‘잘 잔다’라고 할 수 있을까요?

미국 국립수면재단에서는 성인은 7~9시간, 65세 이상 어르신은 7~8시간, 10대는 10시간 정도를 수면시간으로 권장합니다. 하지만 이런 기준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어요. 원래 잠이 많은 사람도 있고, 잠이 적은 사람도 있기 때문이죠. 대신 적절한 양의 수면을 취하고 있는가를 살피는 건 중요합니다. 습관적으로 주말에 과도하게 몰아 자거나 자주 졸립거나 기상 알람을 잘 못 듣는다면 수면 양이 부족할 확률이 높습니다. 수면의 질과 관련해서는 수면무호흡증이나 하지불안증후군, 렘수면행동장애 등 수면장애가 없어야 ‘잘 잔다’라고 말할 수 있고요.

부족한 수면시간은 ‘빚’이 된다고 표현하셨습니다. ‘수면 빚’은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요?

수면 빚을 갚기는 쉽지 않습니다. 평일에 부족했던 잠을 주말 하루에 몰아 자는 것으로 해소할 수 없다는 뜻이죠. 실제로 1시간의 수면 빚을 갚는 데 4일이 걸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 하루 잠을 제대로 못 자면 그 빚을 갚는 데 9일 이상이 걸린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평소에 충분히 자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밤잠이 부족할 경우, 낮잠으로 보충하는 것은 어떤가요?

너무 졸려서 일상생활을 이어가기 힘들 경우, 10~20분 정도의 짧은 낮잠을 권합니다. 30분이 넘어가는 낮잠은 그날 밤잠에 영향을 주거든요. 깨어 있는 시간이 길수록 수면압이 쌓여서 밤잠을 잘 잘 수 있어요. 반면 낮잠이 길어져서 깊은 단계의 잠으로 돌입하면 수면 항상성*이 깨집니다. 그러니 낮잠은 짧게 자는 것이 좋아요.

* 수면 항상성: 오랫동안 깨어 있으면 수면 욕구가 증가하고, 잠을 자는 시간이 길어지면 깨어나려고 하는 현상

국내 1호 디지털 치료기기인 솜즈(Somzz)는 어떤 환자에게 처방하나요?

솜즈는 비약물적인 치료 방법인 인지행동치료를 앱으로 옮겨 놓은 것으로, 만성 불면증** 환자에게 처방합니다. 인지행동치료는 불면증에 가장 좋은, 안전한 치료법이지만 정기적으로 장기간 병원을 찾아야 하는 것이 단점입니다. 반면 솜즈를 처방받은 환자가 앱을 통해 6주간 수면 일기를 쓰면 매주 수면시간을 처방받게 되고 이를 통해 수면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효과를 보입니다. 또한 앱을 통해 수면습관을 교정받고, 이완훈련·인지치료를 받게 되는데 담당의사는 이 모든 과정을 의사용 프로그램에서 모니터링할 수 있습니다. 아직은 우리 병원을 비롯한 몇몇 병원에서만 처방하지만, 긍정적인 데이터가 쌓이고 더 많은 병원에 도입돼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만성 불면증: 잠들기 어렵거나 중간에 깨거나,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등의 증상 중 1가지 이상이 주 3회 이상,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잘 자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 두 가지만 꼽아주세요.

첫째는 매일 아침 일정한 시간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전날 잠을 많이 못 잤더라도 기상시간을 지켜야 해요. 그래야 수면압이 올라갑니다. 단, 눈만 뜨면 안 되고 몸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세요. 두 번째 원칙은 중간에 깼을 때 시계를 보지 않는 것입니다. 시계를 보면 ‘몇 시간 못 자겠네, 내일 무척 피곤하겠구나’하는 걱정이 밀려오거든요. 뇌가 완전히 깨서 다시 잠들 수 없게 되죠. 잠이 깨서 다시 잠을 청해도 잠들지 못하면, 침상에서 나오세요. 거실에서 잠시 앉아 있다가 다시 침실로 들어가 잠을 청하는 겁니다. 이 과정을 1~2번 반복하다 보면 대부분 다시 잠이 듭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잠을 못 잔다면 전문가에게 도움을 구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FLOW 여유 있게 연구실에 출근해 그날 해야 할 일들을 구상하며 하루를 시작해요. 요즘은 솜즈(Somzz) 데이터를 모니터링하면서 환자들께 잔소리(?)하는 것도 일상이 됐네요.

LIKE OTT로 관심 가는 영상을 보거나 가족과 맛있는 음식 먹으러 가는 걸 좋아해요.

THINK 본질에 대해 많이 생각합니다. 불면증에 있어 안전하고 근본적인 치료가 중요하듯, 삶에서도 본질에 초점을 맞추면 마음이 덜 복잡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