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주연

사진. 황필주 79 Studio

어떤 경우 중증외상 환자로 분류되나요?

국제적으로 손상중증도 점수(ISS, Injury Severity Score) 16점 이상을 중증외상으로 분류하지만 병원 전 단계에서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병원 전 단계에서는 119구급대 관점에서 기도·호흡·순환·신경학적 장애 등 생명에 위협이 되는 부분에 문제가 있을 경우 중증외상을 의심할 수 있는데요. 일반적으로는 호흡수 10회 미만이거나 30회 이상일 때, 개방성 또는 함몰성 두개골절이나 맥박손실이 있을 때, 환자 구출에 20분 이상 소요되었을 때, 성인 6m·소아 3m 이상 높이에서 떨어진 경우 등을 중증외상 환자로 분류합니다.

중증외상과 관련해 ‘골든 아워’가 중요하다고들 이야기합니다.

흔히 다치고 나서 첫 1시간을 골든 아워(Golden Hour)라고 부릅니다. 그 안에 근본적인 치료를 시작하지 못하면 사망이나 합병증 발생률이 유의하게 증가하기 때문이죠. 문제는 많은 분들이 병원 도착 후 1시간을 골든 아워라고 착각하신다는 점인데요. 병원 도착 후가 아니라 다친 후 1시간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 두셔야 합니다.

구급대 도착 전, 중증외상 환자 주변 일반인들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대화가 원활한지, 호흡이 가쁘지 않은지, 기도가 막히지는 않았는지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만일 음식물이나 토사물로 입안이 막힌 경우 이를 제거해 주고 입을 벌려 기도를 확보하고 호흡을 유지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맥박이 만져지지 않는 등의 심정지 상황이라면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낙상한 환자를 들쳐업고 뛰는 것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목뼈나 척추가 흔들리면서 손상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급대 도착 후 보호자가 할 일이 있나요?

환자 상태를 제대로 이야기해 주어야 합니다. 구급대원이 설정한 행로를 방해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구급차의 목적지는 단순히 가까운 병원이나 큰 병원이 아닙니다. 가까운 병원이라도 외상 환자를 전문적으로 보지 않을 수 있고, 큰 병원이라도 손상 부위를 담당할 전문의가 부재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구급대는 조금 더 멀더라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병원으로 향합니다.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병원에 들리는 경우 보통 3시간을 허비함으로써 환자 상태가 심하게 악화될 수 있습니다.

중증외상 환자들의 우울증에 대해 자주 언급하셨습니다.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이후 오래도록 공포감을 느끼고 지속적으로 곱씹으며 고통을 받는 분들이 많습니다. 흔히 말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인데요. 그럴 때는 정신건강학과의 도움을 받으셔야 합니다. 환자뿐 아니라 상황을 목격한 지인이나 가족들도 마찬가지죠. 이전에 비해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편견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거부하는 분도 계십니다. 하지만 건강한 일상 회복을 위해서는 정신적 지지를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동시에 신체 기능을 복귀시키는 재활 치료도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FLOW 외상팀 당직폰이 울리는 시간이 가장 중요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환자가 보내는 SOS이기 때문입니다.

LIKE 편찬위원장으로서 국내 최초의 외상의학 교재 『외상의학』(대한외상학회, 2018)을 펴낸 것.

THINK 응급필수의료 최전선을 지키는 외상 분야의 가치를 어떻게 하면 널리 알릴 수 있을까 고민이 많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