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주연

사진. 황필주 79 Studio

고대 그리스에는 두 개의 시간이 존재했다

그리스인들은 시간을 카이로스(Kairos)와 크노소스(Chronos)로 구분했다. ‘주관적 시간’인 카이로스는 신화에서 유래한다. 카이로스는 제우스의 막내아들로 ‘기회의 신’으로 불렸다. 앞머리는 길고 숱이 풍성하지만 뒷머리는 민머리다. 앞머리가 무성한 것은 사람들이 그가 누구인지 금방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그를 발견했을 때는 머리가 길어 쉽게 붙잡을 수 있지만, 뒷머리가 민머리이고 발에도 날개가 달려 있기 때문에 그저 지나치면 다시는 붙잡을 수는 없다. 한편 크노소스는 과거에서 미래로 일정한 속도와 방향으로 흘러가는 연속된 시간으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된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갈 수 있다

F. 스콧 피츠제럴의 소설 주인공 벤자민은 70세 노인의 몸으로 태어나지만, 시간이 지 날수록 젊어져 갓난아기의 모습으로 사망한다. 현실에서도 이런 일이 가능할까? 놀랍게 도 단순히 노화 속도를 늦추는 것만이 아닌 젊게 만드는 ‘역노화’가 불가능한 일만은 아 니라는 과학적 근거가 쌓이고 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챗GPT 창시자 샘 올 트먼 등 억만장자들 역시 세포 리프로그래밍 연구에 뛰어들었다. “노화는 질병”임을 처 음 주장한 세계적인 항노화 석학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는 역노화 기술 발전을 비행기 발명에 빗대며 힘을 싣고 있다. “과거 사람들은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미래를 상상 하지 못했지만 오늘날엔 하루에 몇 명이 비행기를 타고내리는가?”라고 말이다.

세상에서 제일 정확한 시계는 원자시계다

모든 시계의 표준이 되는 시계, 가장 정확하고 가장 정밀한 시계는 원자시계다. 원자시 계는 원자가 일정한 진동수의 전자기파만을 흡수한다는 성질을 이용해 십억 분의 1초 를 측정한다. 따라서 원자가 잘 흡수하는 전자기파의 진동수를 읽어 몇 번 진동했는지 를 세면 시간을 측정할 수 있다. 현재 원자시계를 만드는 대표적인 원자는 세슘(Cs)이 다. 세슘 원자가 흡수하는 전자기파가 91억 9,263만 1,770번 진동할 때 걸리는 시간이 세계 표준에서 정의한 1초다.

시계탑은 권력의 상징이다

근대 이전, 시간에 관한 정보는 권력과 다름 없었다. 그러니 높은 곳에 시계탑을 설치 한 것은 시간을 시민과 공유하겠다는 의미였다. 서울대학교병원 대한의원 본관에서 가 장 두드러진 구조물이 시계탑인 것도 그 때문이다. 1907년 세워진 대한의원 시계탑은 국내에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시계탑으로, 처음 설치됐던 기계식 탑시계도 우리나라 에서 유일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임금이 백성의 시간을 관장한다는 전통적인 이 념과 서구 의술을 도입해 근대 국가를 세우려 했던 대한제국의 의지와 열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