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주연

사진. 황필주 79 Studio

2017년 세계 최초로 재발성 자궁내막암 환자의 임신과 출산을 성공시킨 배경이 궁금합니다.

환자분의 의지가 굉장히 강력했습니다. 초기 자궁내막암 진단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꼭 낳고 싶다고 하셨죠. 그러니 의사로서 방법을 찾아드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수술을 하지 않고 약물로 암을 치료한 후 재발여부를 모니터링하며 체외수정 시술 시도를 반복했어요. 때문에 초기 진단부터 임신까지 7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지만 포기하지 않고 매달려 임신과 출산에 성공했습니다. 그분뿐 아니라 암과 같은 중증질환을 가진 환자분들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드렸기에 더욱 소중한 사례입니다.

암환자라도 임신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시는 것도 같은 맥락인가요?

제 환자분들께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바탕으로 한 말입니다. 암의 종류, 진행 정도, 치료 방법에 따라 임신 가능성은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자궁이나 난소에 암이 있는 경우라도 초기이고 한쪽 난소와 자궁이 보존되어 있다면 임신이 가능합니다. 유방암 환자들도 수술과 항암치료가 종료되고 호르몬 치료가 일정 기간 이상 잘 완료되었다면 임신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또 암치료 전에 난자나 배아를 동결 보존해 치료 후 임신을 시도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죠. 이렇듯 중증 환자들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임신 가능성을 유지하거나 회복할 수 있는 만큼 미리 희망을 버리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임신과 출산을 위한 호르몬 치료에 대해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호르몬 치료는 배란이 불규칙한 환자에서 난소 기능을 조절해 적절한 배란을 유도하거나 자궁 내막을 임신에 적합한 상태로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시험관 시술 과정에서 과배란을 유도해 적절한 수의 난자를 채취하고 성숙시키기 위해서도 필요하고요. 다만 자궁내막암이나 유방암 등 여성 호르몬 의존성 암 환자의 경우 호르몬 치료로 인해 암 재발 위험이 높아질 수 있기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경험이 풍부한 산부인과 전문의와 해당 암종을 치료하는 주치의 그리고 환자가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해야 하는 이유죠.

2012년부터 해오신 ‘소아암 환자 대상 가임력 보존 치료’가 궁금합니다.

소아암 환자들의 생존율이 향상되고 있는 만큼 가임력 보존 치료는 정말 중요합니다. 암치료 과정에서 생식기관이 손상될 수 있기에 치료 전에 난자와 정자 또는 난소 조직을 동결 보존해 가임력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소아나 청소년들을 위한 산부인과가 없다는 사실도 항상 아쉽습니다. 소아과에서는 여성질환을 보기 힘들고, 산부인과에서는 소아나 청소년들의 진료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아서 생기는 오류들도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소아나 청소년들 관련 산부인과 질환 강의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저출산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출산율이 낮아지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죠. 하지만 여전히 아이를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분들이 많으니 진료와 연구에 더욱 매진할 것입니다. 특히 암이나 기타 의학적 문제로 인해 생식 기능이 저하된 환자들이 가임력을 유지하거나 회복할 수 있는 연구, 줄기세포 기술과 생체 재료를 이용한 난소 및 자궁 기능 회복 연구에 힘쓰겠습니다. 의사는 기술만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환자분들께 희망을 드려야 하는 사람이니까요.

HUMAN 가장 소중한 사람은 환자. 그분들의 어려움은 제 책임이기도 하니까요. 최선의 치료와 따뜻한 돌봄으로 임신과 출산여정에 함께 하겠습니다.

LIKE 새 생명을 맞는 기쁨을 함께 나눌 때, 제자들이 성장해 참된 의사로 자리잡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행복합니다.

THINK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저출산 시대에 기여할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