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주연

사진. 황필주 79 Studio

후원은 한 걸음이 모여 큰 길을 만드는 일

서울대학교병원 발전후원회 이의경

서울대학교병원 발전후원회는 병원의 고유목적사업인 교육·연구·진료의 지원을 위해 병원발전기금, 연구기금, 교육기금, 공공의료지원기금 등 병원 중점 분야의 후원금을 접수하고 있다. 이의경 선생은 서울대학교병원이 대형 민간병원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재원 조달이 필수적이기에 병원 고유목적을 위한 병원발전기금 후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병원발전기금을 낯설게 여기십니다. 단시간 내 후원 결과를 확인하기도 어렵다고 아쉬워 하시기도 하고요. 그런데 환자들이 더 쾌적한 환경에서 치료 받으려면 노후화된 시설을 개선하고 원내시설을 확충하는 일이 정말 중요합니다. 현재 진행중인 ‘하이브리드 수술장 리모델링사업’이 대표적인예죠. 노후화된 수술장 환경을 개선하고 수술방 수 를 늘리면 더 많은 환자가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으실 수 있게 될 테니까요.”

이의경 선생은 연세 많은 후원인과 상담하며 살아온 이야기를 들을 때면 삶에 대한 자세를 배우고, 주치의에 대한 감사로 후원을 결심한 환자와 대화할때면 서울대학교병원 교직원으로서 자긍심이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사명감 하나로 밤낮 없이 일하는 의료진, 퇴직금을 기부하는 교직원, 다 같이 안 아팠으면 좋겠다며 연구기금을 후원하는 환자와 보호자를 보면 서울대학교병원은 미래를 위한 곳이라는 걸 생생하게 느낍니다. 저도 그 미래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어서 입사 직후 후원자가 됐어요.” 실제로 이의경 선생은 소액도 기부할 수 있느냐는 문의를 자주 받는다. 그럴 때마다 “나눔에는 크기가 없어요”라고 말하며, 후원을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덧붙인다. 가진 것을 내놓는 일은 결코 작은 결정이 아니지만, 각자 조심스럽게 내디딘 한걸음이 모여 큰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의경선생은 특히 그 한 걸음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서울대학교병원 교직원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응원과 지지가 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미래 세대의 꿈과 희망을 키우는 곳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후원회 강인혜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후원회는 2001년, 수술비를 내기 어려운 선천성 심장질환 소아환자를 위한 모금 활동에서 출발했다.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의료진과 교직원 등 약 300여 명의 후원인들이 총 5천만 원을 마련한 것이다. 이 일은 단순히 한 아이를 살린 것을 넘어 어린이 환자와 어린이병원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덕분에 후원인 수가 점차 늘어 2023년에는 약 70억 원을 모금하기에 이른다. “소수의 고액 후원이 아닌 2,700명의 개인 후원인과 160여 개 기업의 참여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큽니다. 특히, 매월 정기적으로 기부 해주시는 약 2천 명의 후원인과 자녀의 생일이나 기일 등 특별한날 기부에 참여해 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어린이환자 의료비 지원으로 첫발을 뗐지만 현재는 환자지원기금부터 어린이병원발전기금과 통합케어센터기금 등 다방면의 후원 사업으로 모금과 집행을 펼쳐오고 있다. 강인혜 선생은 “많은 분들이 어린이병원에 대한 후원을 생각하시면 환자의료비 지원만 있다고 생각하세요. 하지만 어린이 환자를 위한 의료서비스와 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업에 후원이 필요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은 진료는 물론 어린이 환자치료를 위한 교육과 연구도 선도해야 하는 역할이기에 어린이병원 발전기금은 진료환경을 개선하고 어린이 증상과 성장에 맞춘 전문화된 의료 서비스를 위해 꼭 필요하다. 통합케어센터기금도 빼놓을 수 없다. 오랫동안 치료를 받는 아이들에게 병원은 치료받는 장소를 넘어, 집이나 학교처럼 포괄적으로 통합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병원이라는 곳은 어른들에게도 무섭지만, 어린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고 어린이 친화적인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아가 퇴원 후에도 환아와 가족들이 건강한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어린이병원후원회의 사업 중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순서와 중요도를 가리기도 쉽지 않다. 강인혜 선생을 비롯한 어린이병원후원회 교직원들이 후원 문의와 후원인의 사연 하나하나에 정성과 마음을 다하는 이유다.

저소득층 환자 의료비 지원이라는 뚜렷한 사명

서울대학교병원 함춘후원회 이수연

“현장에서 후원인과 대화하다 보면 성인 환자의 어려움을 잘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국가에서 충분히 지원하는 줄 아시거나 의료비가 그렇게 높은 줄 몰랐다고 하시거든요. 하지만 국가 지원은 한정적인데다 서울대학교병원을 찾는 중증 환자들에게는 치료비가 많이 필요해요. 무엇보다 자녀를 둔 부모가 투병하는 경우, 경제활동을 할 수 없어 가정 붕괴 위험도 커지죠. 그래서 저는 항상 성인환자를 후원하는 것은 환자뿐만 아니라 나아가 가정을 회복시키는 나눔이라고 말씀드립니다.” 이수연 선생은 많은 성인 환자가 투병과 경제적 어려움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전한다. 치료비가 충분해도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면 가족의 생계나 치료 이후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치료비조차 없는 경우로, 함춘후원회는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출발했다. 치료비가 없어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을 돕자는 김용일 부원장(1992년 당시)의 제안에 교직원들이 ‘십시일반’의 마음을 보탠 것이다. 이후 함춘후원회는 33년 동안 교직원들의 후원을 중심으로 ‘저소득층 환자 의료비 지원’이라는 뚜렷한 사명을 실천해 왔다.

“교직원들의 후원이 가장 활발해요. 아무래도 현장에서 직접 환자들을 대하다 보니 어려움에 크게 공감하시는 거겠죠. 일반 후원인들은 대부분 저소득층 환자 후원에 확고한 신념이 있는 분들이십니다. ‘내가 가진 것 중 일부를 나누면서 인간의 근본적인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거든요. 그럴 때면 제가 숭고한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뭉클해집니다.” 25년 동안 새해 첫 날이 되면 1년간 모은 후원금을 보내주시는 분, 의료비 지원으로 건강을 회복한 후 소액 정기 기부에 동참한 환자, 자녀를 떠나보낸 후 같은 질병을 앓는 환자를 위해 써달라며 후원에 나선 아버지 등. 남다른 신념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후 원인들을 마주하며 이수연 선생은 십시일반의 가치 를 깨닫는다. 그래서 이수연 선생은 후원 안내서에 ‘나눔의 선순환’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듬뿍 실어 보낸다며 함춘후원회 후원을 부탁했다. “30~40만 원의 치료비조차 없어 힘들어하는 분들도 많다는 것과 금액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주 조금이라도 하나, 둘 모이면 어떻게든 도움이 되니까요.”

서울대학교병원과 오래 함께하실 수 있도록

후원인지원실 태지연 수간호사

간호 경력 20년이 넘는 태지연 수간호사는 간호사 2명과 함께 서울대학교병원 외래간호팀 후원인지원실에서 일한다. 도움이 필요한 후원인에 대한 진료지원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외래 예약 상담부터 진료 동행은 물론 응급의료 상담이나 입원 안내 등을 도와드리고 있어요. 일반적인 건강 상담을 해드리는 일도 많고요. 그러려면 전문성이 필요한 만큼, 저를 비롯한 경력 간호사들이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후원인들의 건강 매니저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태지연 수간호사가 만나는 후원인 대부분이 고령이거나 실제 환자로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아 진료지원은 꼭 필요한 일이다. 환자들에게 종합병원은 아무리 자주 찾아도 복잡하게 여겨질 수 있는 데다 갑작스러운 응급 상황이 발생할 확률도 큰 탓이다. 그래서 태지연 수간호사는 후원인 진료 지원은 일상적인 간호업무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전진료과의 질환별 특성과 간호, 건강관리 등에 대해 면밀히 파악할 수 있는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업무에서 느끼는 보람 역시 마찬가지다.

“낯선 증상이 나타났는데 어느 진료과로 가야 하느냐고 물으시거나 응급실에 가도 될 만한 증상인지 궁금해 하시는 분도 많아요. 그럴 때는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죠. 실제로 가장 도움이 될 만한 진료과나 응급실로 연결해서 상황이 심각해지는 걸 막거나 잘 회복하시는 모습을 볼 때 보람을 느낍니다.” 이 과정에서 서울대학교병원의 의료 수준을 생생히 경험한 후원인들이 새로운 후원인을 소개해 주는 일도 많다. 중증 및 난치성 질환 환자들을 많이 접한 태지연 수간호사가 특히 감사하는 순간이다.

“서울대학교병원은 국가중앙병원으로서 새로운 치료법 개발을 위한 연구에 힘써야 하잖아요. 그러려면 정말 많은 자원이 필요해요. 국가 지원이나 병원의 재원만으로 해결하기는 힘드니까요. 저희 역할을 통해서 그런 필요성을 조금이나마 더 생생하게 느끼시고 그 가치에 동의하며 후원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죠.” 경제적 후원에 대한 감사를 넘어 서울대학교병원의 철학과 지향에 동참한 것에 대한 예우와 존경을 담아 태지연 수간호사는 오늘도 후원인들을 반갑게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