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주연

사진. 황필주 79 Studio

우주의학 분야는 다소 낯설고 멀게 느껴집니다.

정확한 시기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인간은 언젠가 다른 행성으로 진출할 거라고 믿습니다. 그때 중력이나 자기장 등 모든 것이 지구와는 다른 환경에서 인간에게 나타날 안전이나 건강 문제를 미리 고민하고 해결하고 싶었어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전문적으로 살펴보고 준비하는 사람이 최소한 몇 명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다른 한편으로 우주 관련 연구에서 발견된 사실들은 현재 우리 일상생활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주의학은 우주시대만이 아닌 현재를 위한 분야이기도 합니다.

우주 연구에서 발견된 사실 중 어떤 것을 현재 생활에 적용할 수 있을까요?

의학 외의 분야에서는 세라믹이 대표적이죠. 고온 내열 세라믹은 원래 로켓의 고온 적응을 위해 개발되었지만, 현재는 다양한 산업의 내열 재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의학과 관련해서는 실제 적용된 것보다는 다양한 가설을 세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주 방사선을 막을 방법을 고안한다면 지구 환경에서 생기는 방사능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중력 역시 마찬가지죠. 지구보다 중력이 낮은 곳에서는 뼈와 근육이 약해질 텐데요. 이런 환경에서 뼈와 근육의 밀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지구에서 유사한 신체 변화를 겪고 있는 환자들에게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VOM> 10호에 기고하신 칼럼에서 화성이나 달로 갈 때 경계 대상 1호가 비만이 될 거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저는 비만의 주된 원인 중 하나가 유전자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식량은 부족한 반면 활동량은 많았던 수렵 및 채집 시대의 유전자 시스템으로, 먹을 것은 많지만 활동량은 적은 현대사회에 살고 있으니 잔여분이 몸에 축적되는 것이죠. 그런데 중력이 지구보다 적은 화성이나 달에 가면 기본적으로 쓰는 에너지가 사라지다시피 합니다. 중력을 이기기 위해 우리도 모르게 사용하는 에너지 즉 기초대사량이 줄어드니 비만의 위험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는 거죠. 빈혈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근육에서 쓰는 산소량이 줄어들면 온몸에 산소를 나르는 적혈구(RBC)의 수도 적어지고 결국 자연스럽게 퇴화할 거예요. 그런 상태로 있다가 지구로 귀환하면 저산소증에 걸릴 확률이 높아질 겁니다.

현재 국제진료센터에서 하시는 일과 우주의학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요?

환경 변화에 따른 위험 등을 확인하고 예측하고 대처한다는 면에서 우주의학과 접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몽골에서 암 치료를 위해 한국으로 오는 환자는 위도나 기온, 일조량 차이로 인한 변화를 겪을 수 있어요. 실제로 몽골은 햇빛이 잘 안 드는 지역이라, 몽골 환자에서는 비타민 D 결핍이 종종 나타나기에 이 부분을 관리하는 거죠. 항암 치료 후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귀국할 때도 혈전 등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기에, 그런 부분들에 대해 예방 조치를 해드리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저는 극지나 고산지대 등에 관심이 많아요. 이런 특수환경에 대한 연구 결과들을 취합하면 의학 발전과 환자들에게 그리고 일반적인 사람들이 훨씬 건강하게 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SPACE 저에게 우주는 의학을 중심으로 한 지적 활동과 상상력의 원천입니다. 언젠가 우주시대가 열릴 때, 제 경험과 노하우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LIKE 아픈 분들께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의사라는 이 직업. 매 순간 인간과 인생의 본질을 떠올리게 하는 일을 할 수 있음에 항상 감사하고 있어요.

THINK 의사이자 과학자로서 특히 우주의학을 하는 지구인으로서 지구온난화와 환경파괴 문제에 대해 자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