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병원

숭고한 모성애의 위대한 기적, 새 생명을 낳다.
- 임신이 매우 위험한 폐동맥고혈압 환자, 목숨 걸고 건강한 아이 출산
- 산모,“내 생명을 걸어서라도 아이에게 세상의 빛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 서울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의 완벽한 협진의 승리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초(超)저출산 상태를 이어가는 가운데, 자신의 목숨을 걸고, 출산에 성공한 산모가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현재 의학계에서 출산이 매우 위험한 것으로 알려진 폐동맥고혈압 환자가 서울대학교병원 의료진의 도움으로 건강한 아기를 출산했다.

  지난 1월 10일(금), 새벽 3시, 선윤영 씨(36세)가 객혈을 하며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실로 내원했다. 내원 당시 임신 32주차. 500원 동전 크기의 선홍색 핏덩이와 함께 소주잔 1잔 정도의 객혈이 지속되었다. 심초음파를 포함한 정밀 검사 결과, 특발성 폐동맥고혈압으로 진단되었다.

   폐동맥은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보내는 주요 통로다. 폐동맥고혈압은 폐동맥에 혈압이 높아져, 혈액이 폐로 원활히 가지 못하는 질환으로, 저산소증이나 호흡곤란이 올 수 있다.

  임신을 하면 평소 보다 혈액량이 증가하고, 폐동맥의 혈압이 더욱 높아져, 심장에 부담을 준다.

  이런 이유로 임상에서는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임신을 금기한다. 임신을 하더라도, 임신 중단을 강력히 권한다. 임신 시, 태아 뿐 아니라 산모의 생명이 위험하며, 다양한 형태의 합병증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 씨처럼 많은 젊은 산모들은 본인의 생명을 희생해서라도 아이를 지키기 위해, 출산을 원한다.

  연락을 받고 응급실로 달려온 순환기내과 김형관 교수, 산부인과 이준호 교수, 소아청소년과 최중환/김이경 교수팀은 선 씨의 성공적인 분만을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김형관 교수는 산모의 심장과 폐동맥 상태를, 이준호 교수는 전반적인 산모의 몸 상태를, 김이경 교수는 아이 상태를 점검 하며, 출산을 준비했다. 의료진은 산모에게 출산 전에 필요한 조치들과 조기 분만의 필요성, 분만 후 발생 가능한 상황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고, 철저한 대비 계획을 세웠다.

  의료진은 산모에게 레모듈린(폐동맥고혈압 약제)과 태아의 폐 성숙을 조기에 유도하는 약제를 사용하였다. 산모의 산소포화도 유지를 위해 산소 요법을 했으며, 적절한 마취 방법과 수술시 수액 요법에 대해 의료진들 간의 지식을 모았다. 태아가 조기 분만을 경험하는 만큼,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였다.

  2월 6일 낮, 제왕절개를 통하여 여아가 세상의 빛을 보았다. “산모님, 12시 6분, 예쁜 딸이 태어났습니다” 선윤영 씨는 남편과 함께 아이를 보며, 연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출산 직후 산모는 중환자실로, 아이는 신생아 중환자실로 옮겨져 후속 치료를 받았다. 아이는 일시적인 호흡곤란을 겪었으나, 소아청소년과 신생아팀의 세밀한 치료로 회복되었다. 출생 시 몸무게는 1.9 kg, 지금은 3.2 Kg으로 건강한 상태다.

  임상현장에서 폐동맥고혈압 환자가 성공적으로 출산하는 것은 매우 드물다.

  이런 악조건에서도 선 씨가 아이를 출산한 것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아이를 지키겠다는 숭고한 모성애와 순환기내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의 완벽한 협진이 낳은 기적이다.
   


  선윤영 씨는 “처음에 진단 받았을 때, 많이 당황스러웠고, 무서웠으나, 내 생명을 걸어서라도, 아이이게 세상의 빛을 보여주고 싶었다” 며 “항상 곁을 지켜준 남편과 의료진의 도움으로, 소중한 아이를 가질 수 있었다” 고 말했다.

  김형관 교수는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임신은 매우 위험하지만, 많은 산모들이 모성애 때문에 임신을 중단하지 못한다. 의사가 임신중단을 얘기하면, 임신 중간에 오지 않다가 분만 때 병원을 찾는 산모도 많다. 이럴 경우 산모와 태아에게 더 위험하다” 며 “임신 시에는 반드시 폐동맥고혈압 전문 의사에게 꾸준히 다니는 것이 중요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