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호진 서울대학교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정리.편집실

근거 중심 관리 방식으로
최적의 회복을 꾀한다

저명한 국제학술지 『Annals of Surgery』의 1927년 기고문 「The influence of tradition in surgery」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습니다.

진정한 전통이란 과거의 행위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것으로 대체해 나가는 정신이다.
Is it not something to overturn older traditions, unearth the good in others, or substitute fresher and sounder ones? This is the way the spirit of real tradition works.

이러한 관점은 현대 주술기 관리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현대 의학의 발전으로 수술 관련 사망률과 합병증은 크게 감소했지만, 수술 후 회복 과정은 여전히 환자에게 큰 부담이다. 특히, 근거보다는 과거의 관습을 그대로 따르는 주술기 관리 방식은 환자의 부담을 심화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대표적인 예로 수술 전후의 장시간 금식, 불필요한 침상 안정, 마약성 진통제 위주의 통증 관리, 각종 카테터의 불필요한 장기간 거치 등을 들 수 있다. 이외에도 임상 현장에서는 여전히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주술기 관리의 사례들이 많다.

주술기 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
ERAS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술 후 조기 회복 프로그램(Enhanced Recovery After Surgery, 이하 ERAS)이 등장했다. ERAS는 주술기 동안 근거 기반의 표준화된 프로토콜을 수행하여 환자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수술 후 합병증을 줄이며 회복을 촉진하는 주술기 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1990년대 후반 덴마크의 외과 의사 Henrik Kehlet를 중심으로 결성된 ERAS 그룹이 불필요한 의료 행위를 줄이고 근거에 입각한 주술기 환자 관리를 최적화하는 프로토콜을 개발했다. 유럽을 시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된 ERAS는 다양한 수술 분야에서 주술기 관리의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 잡으며 수술 후 환자의 고통과 합병증 감소에 크게 기여해왔다. 마취·흉부·위장관·췌장·간이식 등 다양한 수술 분야의 가이드라인*이 따로 개발되어 있으며, 핵심 원리는 다음과 같다.

  • 근거 기반 프로토콜

    ERAS 프로토콜은 최신 의학 연구를 토대로 한 표준화된 지침을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여 적용한다. 이는 의료진 및 기관 간의 치료 방법 차이를 줄이고 주술기 관리의 전반적인 질을 향상시킨다.

  • 다학제적 협력

    ERAS에서는 외과의사, 마취통증의학과 의사, 간호사, 영양사, 물리치료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력하는 다학제적 접근법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수술 전 상담부터 수술 후 재활까지 환자 관리의 모든 측면을 최적화하여 치료의 효율성을 높이고 합병증을 감소시킨다.

  • 환자 중심 의료

    ERAS는 환자 교육을 통해 수술 전후 관리의 중요성을 환자 스스로 인지하도록 돕고, 각 환자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치료 계획을 수립한다. 또한, 환자의 심리적 지원을 강화해 수술로 인한 신체적, 심리적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에도 초점을 맞춘다.

* ERAS의 수술 분야 별 가이드라인 https://erassociety.org/guidelines

대한민국 주술기 관리의 혁신 이끄는
서울대학교병원의 K-ERAS

서울대학교병원은 ERAS의 국내 도입을 선도하며 최신 근거에 입각한 주술기 관리 프로토콜을 정착시켜 가는 중이다. 특히, 마취통증의학과와 외과 의료진들은 국내 암 수술에 최적화된 ERAS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적용해 암 수술 환자들의 빠른 회복과 건강한 일상 복귀를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이러한 노력을 통해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주술기 관리의 표준을 선도하며,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앞으로도 서울대학교병원 의료진은 지속적인 협력과 연구로 ERAS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수술 환자의 빠른 회복과 건강한 일상 복귀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분야의 수술에 ERAS 프로그램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 위암 수술 ERAS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개발 및 적용

    최근 위장관외과와 마취통증의학과 연구진은 위암 수술 환자를 위한 ERAS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연구책임자: 위장관외과 박도중 교수). 이 프로그램은 수술 전후 금식 기간 단축, 통증 조절 강화, 카테터 거치 기간 단축 등을 통해 수술 후 전반적인 회복의 질을 크게 개선했다. 구체적으로는 수술 후 통증 및 마약성 진통제 사용량 감소, 장 기능 회복 개선, 재원 기간 단축 등의 효과가 나타났다.

  • 국내 최초 ERAS Qualified Center 인증 추진

    대장항문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수술간호과, 임상영양파트로 구성된 서울대병원 ERAS 팀은 국내 최초로 ERAS® Society로부터 ERAS Qualified Center 인증을 받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사진 1). 이를 위해 ERAS® Society 전문가들로부터 1년에 걸친 교육을 받고 있으며, 다학제적 협력을 통해 최신 근거에 기반한 주술기 관리 프로토콜을 개발하고 실제 임상에 적용하여 그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2024년 3월 23일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시행한 첫번째 ERAS 교육 세미나
(중앙 좌측: Valérie Addor, Chairwoman of the ERAS implementation program, 중앙 우측: Kwang Yeong How, ERAS® Society education committee member)

ERAS® 현황

  • 150+

    도입 병원

  • 30개국

    도입 국가

  • 11

    수술 프로토콜

  • 30%

    합병증 감소율

  • 30%

    병원 체류시간 감소율

ERAS®&SNUH

2023.09.05
ERAS® Society와 서울대학교병원의 협력

서울대학교병원이 한국 최초로 ERAS를 도입했습니다. 이로써 아시아지역 ERAS 확산을 위한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습니다. ERAS® Society와 서울대학교병원의 협력을 발표하게 되어 기쁩니다. 이번 협력을 통해 환자는 수술 과정의 모든 단계에서 고품질의 증거 기반 치료 혜택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ERAS® Society와 서울대학교병원이 긴밀히 협력하기를 기대합니다.

New collaboration between ERAS Society and Seoul National University Hospital

A new milestone has been reached in the spread of ERAS in Asia. We are delighted to announce a collaboration between ERAS Society and the Seoul National University Hospital (SNUH). With the SNUH becoming the first ERAS Hospital in South Korea. This collaboration will enable patients to benefit from highquality, evidence-based care at every stage of their surgical journey. ERAS® Society is proud and happy to welcome SNUH on board! We look forward to working closely with Prof Park, Prof Jeong, Dr Kim and Dr Lee.

2024.04.16
서울대학교병원, 대한민국 최초로 ERAS® 인증 추진

한국 최초의 근대식 병원, 서울대학교병원은 ERAS®를 도입한 이후 Encare의 SaaS 솔루션인 ERAS® Interactive Audit System을 대장과 직장 수술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외과의사, 마취통증의학과 의사, 간호사, 영양사, 물리치료사 등을 포함한 다학제팀은 현재 1년에 걸친 교육 및 구현 프로그램에 참여 중입니다. ERAS®가 완전히 구현된다면 향후 수술 환자의 예후 개선에 크게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1st ERAS® Implementation Initiated In South Korea

As the first hospital in South Korea, Seoul National University Hospital has just started their ERAS® Implementation and is now using Encare’s SaaS solution, the ERAS® Interactive Audit System, for colorectal surgery! The multidisciplinary team including surgeons, anethesiologists, nurses, physio therapists and dieticians are current going through the training and implementation program which is estimated to take about a year in full. Once they have implemented ERAS® in full the team would be able to show a significant improvement in patient outcome after major surgery.